'안기부 X파일'을 입수해 삼성그룹에서 뒷돈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노회찬 의원(서울 노원병)에게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노 대표는 즉각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 대표의 재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노 대표의 행동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미 언론을 통해 도청내용이 공개된 상태에서 노 대표가 다시 그 내용을 공개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우선 "국회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하는 행위는 전파가능성이 매우 크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여과없이 전달된다"며 "도청내용을 게재한 행위가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도청자료의 일부 내용이 이미 언론에 공개됐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도청내용 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검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적시하면서 대화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1항 2호 소정의 공개 또는 누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 대표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 의원의 지역구 서울 노원병은 오는 4월24일 실시되는 재보선 지역에 포함됐다. 국회의원 등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인 형을 받거나 그 외 범죄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노 대표는 2005년 8월 안모 고검장 등 전·현직 검사 7명이 삼성 측의 돈을 받았다며 이들의 명단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언론의 보도 편의를 위한 것으로 면책특권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라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법원 판단이 유무죄를 오락가락하는 상황과 여야의 재보선 역학관계가 맞물리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 대표에 대한 재상고심 선고 결과를 주목해왔다. 특히 여야 국회의원 159명은 대법원에 선고를 연기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탄원서를 제출해 대법원이 입법부 구성원들의 뜻을 받아들일지 여부도 역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탄원은 별다른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여야 의원들은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있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여야 의원 152명의 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이 법의 처리시까지 노 대표의 선고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노 대표는 이날 선고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벌회장이 대선후보에게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사건이 '공공의 비상한 관심사'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해괴망칙한 판단을 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가 있는가, 양심이 있는가, 사법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고 묻고 싶다"며 "국민의 판단이 남아있는 만큼 사법부에 정의가 바로 서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오늘 국회를 떠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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