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취임 후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시급한 국정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가장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현안으로 물가안정을 꼽았다.
박 대통령은 "서민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 가격과 공공요금의 인상으로 서민층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물가안정을 위해 관계 당국이 더욱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물가안정과 같은 현안을 물가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국무회의가 아니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언급한 것은 내각을 구성하지 못해 반쪽 정부로 출범한 새 정부의 답답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장기 표류 중이고 17명의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이날부터 시작됐기때문에 박 대통령이 새 내각과 함께 국정을 논의하게 될 시점은 빨라야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외 사정은 새 내각 구성과 정부조직법이 통과될 때까지 마냥 손놓고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가 않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안보위기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반쪽 정부 출범에 따른 부작용은 정부 곳곳에서 도드라지고 있다.
내각 없이 취임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국정현안을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상상황인 셈이다.
이날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절박함이 묻어났다.
박 대통령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 안보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셔야 할 분이 첫 수석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정말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신설되는 국가안보실의 김장수 내정자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처리 지연으로 임명 재가를 얻지 못해 이날 회의에 불참한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문제를 언급하는 횟수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전날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도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권에서 조차 여의도 정치를 탓할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이 일정 부분 박 대통령에게도 있다"면서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막힌 숨통을 틔워 줄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경우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여권 지도부에 재량권을 줘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