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정부조직법 개정문제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3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내일 오전 10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며 "국민이 걱정하는 국정 차질에 대한 사과와 함께 국정운영의 중요 기조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담화발표는 국회에 계류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처리키 위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후 2시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이한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박기춘 원내대표 등과 함께 청와대에서 만나 여야 간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문 위원장은 앞서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문제에 대한 진전을 보이지 못함에 따라 이날 낮 12시쯤 '청와대 회동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달하면서 회동이 무산됐다.
그러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국정현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자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을 제의했으나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야당의 회동 불참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담화엔 정부조직법의 조속한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를 위한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를 재차 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1일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김행 대변인을 통해 오는 5일까지인 "2월 임시국회 회기 중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며 여야 정치권의 협조를 거듭 요청한 바 있다.
현재 여야 간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의 최대 쟁점은 인터넷TV(IPTV)와 종합유선방송국(SO), 일반 채널사업자(PP), 위성방송 등 보도 기능이 없는 방송매체의 소관 부서를 현행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 이관하는 문제다.
그러나 민주당은 '방송의 공공성·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이 같은 내용의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미래부는 방송의 공정성·중립성을 절대로 훼손하지 않는다", "방송·통신정책을 미래부와 방통위가 각기 나눠서 담당하는 건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야당은 여전히 "방송의 공정성 확보 방안이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여당의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 가운데 미래부 신설에 관한 내용을 제외한 다른 부분만이라도 우선 처리하자'고 역(逆)제안하기도 했으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미래부 설치와 그에 따른 방통위의 기능 분리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구현을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창조경제'란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켜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담화엔 "국민 여론에 기대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원안 처리를 관철키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그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국정운영의 손발이 묶여 있다", "5일까지 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장관 임명도, 새 정부 출범도 할 수 없다"고 '읍소'하며 야당을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이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은 언제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운영해나가야 한다"면서도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의 책임은 국민의 소리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거듭 야당의 회동 불참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국정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대선 당선 다음날인 지난해 12월20일 여의도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가진 '당선인 인사' 이후 처음이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