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4일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문제와 관련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과 관련, 이같이 말한 뒤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도록 청와대의 면담 요청에 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여당은) 야당이 우려하는 대표적인 사항을 많이 받아들였다. 그 결과 많은 부분에서 원안이 수정됐고, 이제 핵심적·본질적인 부분만 남겨놓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것(핵심 사항)이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고,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 부분은 국민을 위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서 우리 경제를 새롭게 일으킬 성장 엔진의 가동이 늦어지고 있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기회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를 위한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을 계획했었으나, 야당 측에서 '여야 간 논의에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혀와 무산됐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정치권 어느 누구도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순 없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의무를 부여받은 것이지 국민의 권리까지 가져갈 순 없다"며 거듭 국회의 조속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현재 여야 간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의 막판 쟁점은 현행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진흥 정책 기능 가운데 인터넷TV(IPTV)와 종합유선방송국(SO), 일반 채널사업자(PP), 위성방송 등 보도 기능이 없는 방송매체의 소관 부서를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 이관하는 문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방송의 공공성·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이 같은 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던 중 여야는 전날 심야 협상에서 IPTV의 인·허가권 및 법령 제·개정권 등에 대해선 관련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SO 관련 법률 제·개정권의 미래부 이관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끝내 합의점 도출엔 실패했다. 새누리당은 SO 인·허가권은 현행대로 방통위에 남기고 법률 제·개정권만 미래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민주당은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 모두의 방통위 존치를 주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그 문제는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 약속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반드시 과학기술과 방송·통신 융합에 기반한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 방송진흥 정책의 핵심 기능을 미래부로 이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 발표에 앞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전격 사퇴한데 대해 "미래성장동력과 창조경제를 위해 삼고초려해 온 분인데, 우리 정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새 시대를 열어가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하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 이상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이민 1.5세 출신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김 내정자는 박 대통령이 새 정부 경제정책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의 핵심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으로 지명됐었다. 그러나 장관 내정 발표 직후부터 국적 시비 등이 휘말렸던 김 내정자는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에 앞서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미래창조과학부를 둘러 싼 정부조직 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내 꿈도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며 장관 내정자직에서 사퇴했다. 김 내정자는 전날 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뜻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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