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예고없는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서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있는 상황과), 미래창조과학부를 둘러 싼 정부조직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며 "이제 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대통령 면담 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장을 나서며 '사퇴를 하는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부흥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를 수행할 새 정부 핵심 부처이지만 그간 방송정책 기능의 이관 등에 야당이 반발하며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처리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와는 별개로 미국 시민권자였던 김 내정자가 지난달 17일 장관 지명에 사흘 앞선 지난달 14일 한국 국적을 회복한 것과 재산 문제 등을 두고 국무위원으로서의 자질 시비 등 논란이 계속돼 왔다.
중학생 시절인 1975년 미국 이민을 간 김 내정자는 1992년 현지에서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를 세워 성공한 후 벨연구소 소장을 지내는 등 '벤처신화'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으로의 활동 전력 등이 우리나라 산업부처 수장을 맡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김 내정자는 "저는 미국에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갖고 미국에서 인정받는 한국인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수많은 노력과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그러나 제가 미국에서 일군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저를 낳아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남은 일생을 바치고자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길을 선택한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박 대통령이 말씀하신 창조경제에 달려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과학과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생산적으로 융합해 새 일자리와 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그 비전에 공감하고 나라의 비전을 위한 대통령의 설득에 감명받아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회견을 시작하며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자리에 섰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일주일이 지나고, 어제 대통령께서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다"며 미래창조부과학 기능에 대한 야당의 반발에 거듭 불만 의사를 나타냈다.
김 내정자는 "그러나 저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미래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꿈꾸는 창조경제가 절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권과 국민 여러분이 힘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내정자는 기자 회견을 마친 즉시 준비된 차량을 타고 국회를 떠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한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나도 (회견) 내용은 몰랐다. 회견을 들으면서 알았다"며 "(김 내정자는) 재미 과학자 모임에서 아는 후배인데 오늘 아침에 연락이 왔었다.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기자회견장 섭외를 좀 도와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날인 3일 김 내정자로부터 사퇴 의사를 전달받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회견 후에야 김 내정자의 사퇴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김 내정자의 사퇴 회견 후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김종훈 씨는 박 대통령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미래창조에 관한 핵심으로 직접 설득을 해 삼고초려 끝에 모시고 온 사람"이라며 "그런 분이 국내의 정치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게 된 것에 대해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유감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윤 대변인은 "이런 인재들에게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가 피해를 보게 된다"며 "다시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러온 분들이 돌아가지 않도록 그분들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