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막판에도 험난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0일까지 총 17명의 장관 후보자 중 14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났고 이중 12명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이렇듯 새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국면은 전반적으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지만 남은 일정을 보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우선 지난 8일 오전에 시작해 차수를 변경해가며 9일 새벽까지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여여간의 첨예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오는 11일 오전 10시 30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잡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날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통합당은 청문회 직후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보고서 채택 거부입장을 밝혀온데 이어 10날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 말바꾸기와 괴변으로 일관하는 등 불성실한 자세로 임했다"며 "북한상황에 대해서도 말을 바꾸는 등 안보상황에 대한 판단마저도 인식의 오류를 보여 군지휘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오는 11일 국방위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며 "김 후보자의 임명철회를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새누리당은 다소간 흠결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가 전문성과 능력면에서는 장관 임명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무기중개업체인 유비엠텍의 고문으로 재직할 당시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2 전차의 핵심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이 국산 제품에서 유비엠텍이 중개하는 독일산으로 변경 결정됨에 따라 김 후보자가 이 과정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사실상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로비스트로 활동 했다면 당장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여야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임명하는데는 법적인 하자는 없다.
그러나 야당의 '임명철회'요구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으로 인해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정부여당·야당 간의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밖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장관 후보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윤진숙 해양수산부, 김종훈 전 후보자 사퇴로 재임명을 앞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이다.
이중 부활하는 해양수산부와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협상 난항으로 법적인 직제조차 확정되지 않아 현 시점에선 인사청문회 개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중 윤 후보자의 경우 2006년 해양수산개발원 근무 당시 30만원 가량의 출장비 허위 청구 의혹 외에는 별다른 도덕적 의혹이 없어 인사청문회가 개최되면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김 전 후보자의 사퇴로 표류하고 있는 미래부 장관직의 경우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이후 새 인선이 발표될 것으로 보여 장관이 최종 임명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오는 13일로 예정된 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역시 제기된 각종 의혹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
현 후보자에 대해서는 공직 퇴임 후 전관예우를 통한 재산형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재직시절 겸직문제, 아들의 이중국적 및 병역특혜 의혹 등이 불거졌다.
현 후보자가 딸에게 서울 강남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빚까지 물려주는 편법으로 1억어원의 세금 혜택을 봤다는 의혹도 있다.
또 현 후보자가 2011년 말 저축은행의 뱅크런(대량인출사태)이 일어났을 때 솔로몬저축은행 등에 예금했던 2억원을 영업정지되기 전 인출한 점도 쟁점 대상이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뱅크런을 막고 저축은행 예금자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기 돈 2000만원을 예금하는 등 고위 경제 관료가 동분서주 할 때 KDI 원장인 현 후보자가 오히려 돈을 빼가는 모습을 보인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또 KDI 원장으로 재직 당시 2009년부터 매년 국회 소관 상임위 국회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납부했다는 의혹, 원장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 후보자의 경제관도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후보자가 친(親) 시장주의 경향이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에 대한 민주당 측의 집중 공세가 예상된다.
당초 야당은 새 정부에서의 경제부총리의 위상을 고려해 정부조직법 처리 뒤 '경제부총리'로 요청안이 다시 와야 청문회 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처리가 지연되는 등 일정을 감안해 인사청문회 일정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