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조국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후보자는 12일 오후 국방부 청사를 찾아 대국민 입장 발표 형식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날 그의 국방부 청사 방문은 예고 없이 갑자기 이뤄졌고, 기자회견이었지만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없었다.
김 후보자의 입장발표는 기습적이어서 국방부 브리핑룸은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장관 임명 전인 후보자가 갑자기 입장발표를 한다고 전해져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김 후보자가 발표문을 읽을 때 브리핑룸의 국방부 마크는 파란색 커튼으로 가려졌다. 김 후보자가 아직 국방부 소속이 아닌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미리 준비된 5분 정도 분량의 원고를 차분히 읽어 내려간 김 후보자는 굳은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결연한 모습도 엿보였다.
김 후보자는“나는 오늘 참으로 송구스러운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국가의 안보가 어느 때보다 위중한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서 대통령이 중책을 맡긴 것에 대해 감사히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제기돼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하지만 지금은 국방이 위기고, 나라가 위태로워 군인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지만 그런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국민들께 송구스러웠다”며“앞으로는 그런 의혹들이 생기지 않도록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모든 개인적 사심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한다”면서“그 이후에 발생하는 일은 내 명예와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지겠다”고 호소했다.
이어“국방개혁을 철저히 추진해 우리 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 명실상부한 선진형 군대로 만들겠다”면서 “오로지 국민과 국방만을 생각하면서 나의 마지막 충정을 조국에 바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김 후보자는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유비엠텍 비상근 고문 재직 △동양시멘트 이사 재직 시 주한미군 공사 수주 △사단장 재직시 리베이트 △사단장 재직 시 비리혐의가 있는 부하 미온적 징계 △장·차남 증여세 탈루 및 불법증여 △아파트 투기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등 여러 가지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그는 의혹을 일일이 해명하면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거듭 밝혀왔다.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김 후보자에 대해 국회는“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12일 김 후보자가 자청한 대국민 입장 발표 형식은 자진사퇴할 의사가 결코 없음을 재차 강조한 자리였다. 또 국방부 내부에‘반드시 수장으로 올 테니 믿고 따라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는 평가다.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는 없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명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장관 임명이 강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김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에 오르면 군 내부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의 변화에는 조직개편을 비롯해 상당수 군 고위급에 대한 인사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가 대국민 입장발표에서“국방개혁을 철저하게 추진해 우리 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강조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