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 간 단일화 협상과 관련한 뒷말이 불거져 나오면서 양측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 친노(친노무현) 주류 측은 오는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논란이 심화될 경우 자칫 '대선패배 책임론'에 따른 유탄을 맞으면서 당내 입지가 약화되지 않을까 긴장하는 눈치다.
양측의 공방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최근 한상진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 협상과정을 일부 언급하면서 "안 전 교수가 지난 대선 당시 문 전 후보에게 '내가 단일후보가 되면 입당하겠다'고 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입당을 타진했지만 문 전 후보 측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과반수가 정권교체를 원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전략 미스로 비춰질 수 있고, '통큰 양보론', 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던 문 전 후보 측의 주장이 가식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문재인 캠프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노영민, 홍영표 의원 등은 한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안 전 교수가 대선 당시 문 후보 지원의 조건으로 자신을 미래대통령이라고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안 전 교수가 후보를 사퇴한 뒤 이런 황당한 요구를 하는 바람에 지원을 끌어내는데 열흘 가량이 걸렸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단일화가 늦어져 선거운동기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확실한 담보를 원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단일화 담합'이라는 비난여론을 맞을 수 있다.
이처럼 양측간 진실공방은 가열되고 있으며 감정싸움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11일 귀국한 뒤 이와 관련해 언급을 자제해온 안 전 교수는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대통령' 발언을 요구했다는 논란에 대해 "실익도 없는 그런 바보 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같은 반박에도 불구하고 노영민 의원은 이날 단일화 협상당시의 대화내용을 담은 속기록이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할 생각까지 했으나 문 전 후보와 다른 의원들이 말려 참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전 교수는 14일에도 노원구 상계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의원 등이 미래대통령 논란과 관련, '회고록도 준비하고 있다'며 공세 강도를 높이는 데 대해 "어제 이미 말씀을 다 드렸다. 나는 지금 노원구 주민 여러분들의 말씀을 듣고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안 전 교수 측과의 공방이 양측에 백해무익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이날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교수를 상대로 속기록을 공개한다는 등 치킨게임을 하자고 달려드는 것은 공멸하는 길"이라며 "그 또한 야권의 자산이고 지난 대선 때 양보한 것도 있는데 보호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 대표주자로 전대 출마를 고려중인 김한길 의원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래대통령' 논란과 관련한 진실공방에 대해 "우리 정치 발전이나 정치혁신에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상임고문과 가까운 양승조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안 전 교수를 우리 당이 만약 적대시했다면 지난 대선에서 문 전 후보로 단일화를 했다는 점에서, 정치 도의적인 측면에 적절하지 않고 국민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 상임선대본부장을 지냈고 단일화협상을 맡았던 박영선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공식적인 협상 이외의 이야기들은 서로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그냥 가슴에 묻고 가는 것이 맞다"며 공방을 멈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당시 속기록과 관련해서도 "속기록도 일정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당장 공개하는 것은 옳지않다고 생각한다. 일정기간이 지난 다음 서로 합의하에 공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단일화 협상 속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홍영표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협상내용을 시시콜콜하게 다 얘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고, 이것을 자꾸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주장하니까 바로잡으려고 반박한 것"이라며 "속기록을 공개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