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실질적 출범의 걸림돌로 작용해 온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17일 여야의 극적인 합의로 타결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부터 정상적인 국정운영에서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청와대는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다음날인 21일 국무회의를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 공포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지 않아 인사청문회 조차 요청하지 못했던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도 이번 주중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행정 부처 장·차관들이 임명에 이어 21일 산업통상자원부를 시작으로 정부 부처 업무보고도 본격화 된다. 박 대통령은 18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새 정부가 국정운영을 본격화해서 국민들의 삶을 안정시키고 출발이 늦은 만큼 국정운영의 방향과 목적을 분명히 알고 보다 효율적으로 속도를 내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씨앗을 잘 골라 뿌려야 1년 농사가 잘 되듯이 지금 국정 5년의 씨앗을 뿌린다는 각오로 임해 주길 바란다"며 청와대 비서진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타결되면서 국정운영은 가까스로 정상화에 들어섰지만 '박근혜호(號)'의 앞날에 탄탄대로만이 놓여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정부조직개편안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박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 '독선·오기의 정치', '정치력 부족' 등의 이미지는 향후 5년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조기에 풀고 넘어가야 할 우선적인 과제로 지적된다. 정부조직개편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려는 과정에서 일부의 비판을 받은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는 대화와 타협을 근간으로 하는 여야의 정치력이 실종되는 결과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의 '원칙주의'를 의식해 여당인 새누리당은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이는 여당 수뇌부의 '지도력 부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야당은 야당대로 새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이제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타결에 즈음해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협상이 지연된 가장 큰 원인은 박 대통령의 야당역할, 국회 입법권 무시에서 비롯됐다"며 "협상 중 유신시대식 대국민 담화로 야당을 몰아세우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여야 합의 결과를 뒤집었다. 독선과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났다. (이번 타결이) 화해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실종된 정치력을 회복하고 소원해진 대야(對野)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당(黨)-청(靑), 청(靑)-야(野)의 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옳으니 따라오라'는 식의 리더십으로 국정에 임해서는 현재의 여야 국회 의석분포 등으로 볼 때 순탄치 않은 임기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평소 지론대로 지금부터라도 여야 정치권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고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취임 후 10여일만에 당정청 회동을 부활시킨 바 있지만 거의 임기내내 '정치력 부재'라는 지적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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