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신임 헌법재판소장에 박한철(61)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내정했다. 또한 퇴임한 이강국 전 헌재소장과 22일로 퇴임할 송두환 재판관의 후임 헌법재판관에는 조용호(58) 서울고등법원장과 서기석(60)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각각 지명했다. 황철주 내정자의 돌연 자진사퇴로 비어 있는 중소기업청장에는 한정화(59)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이 내정됐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 출신의 박한철 헌재소장 내정자는 제물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사법시험 합격(23회) 후 대검찰청 공안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역대 헌재소장이 대부분 판사 출신인 점을 고려할 때 공안통 검사 출신인 박 내정자의 지명은 깜짝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황교안 법무부장관에 이어 박한철 헌재소장 내정자까지 공안통 검사 출신이란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인선 발표 직후 민주통합당은 "대표적인 공안 검사 출신인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헌법재판소장 지명은 공안 헌재를 우려하게 하는 부적절한 지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진 대변인이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법무부 장관도 차관도 공안 출신으로 임명된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장까지 공안 출신이 된다면 헌재가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기는 커녕 공안을 사수하는 최후의 보루로 작동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헌법재판소 내부에서는 현직 헌법재판관이 헌재소장에 지명된 경우는 1988년 헌법재판소가 생긴 이래 처음이어서 의외의 인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 내정자는 2011년 2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돼 재직 중이다. 윤 대변인은 박한철 헌재소장 내정자의 인선 배경에 대해 "전문성과 능력을 중시한 것"이라면서 "박 내정자는 현재 헌재 재판관 중 재직기간이 가장 길기 때문에 박 내정자는 대행순서 승계서열에서 첫번째가 된다"고 밝혔다. 조용호 신임 헌법재판관 내정자는 충남 청양 출신으로 중앙고와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남부지법원장과 광주고검장을 지냈다. 사시 20회. 1983년 판사로 임용돼 그간 법과 원칙을 중시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도 법의 기본 원칙에 맞게 충실하게 재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최종길 교수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의문사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소멸시효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보아 배척 판결을 내려 주목을 끌었다. 서기석 내정자는 경남 함양 출신으로 경남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사시 21회로 청주지방법원장과 수원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서 내정자는 1981년 판사 임관 이래 당사자 이상으로 소송기록을 꼼꼼히 파악·분석한 후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하며 구체적 사안에 가장 적합한 결론을 도출해 승복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서 검찰 수사기록 등 사건기록을 공개하도록 하고 파면당한 전직 경찰관 유족이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파면 처분을 취소하는 등 국민의 권익 신장을 위한 판결을 다수 냈다. 광주 출신의 한정화 중기청장은 중앙고와 서울대 경영학과, 조지아대 경영학 석·박사 출신으로 한양대 기획처장과 한국인사조직학회장을 지냈다. 윤 대변인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선배경과 관련, "경영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벤처, 창업, 중소기업 정책 전문가"라며 "중소기업학회장 한국벤처연구소장 역임하며 경영전략과 벤처, 중소기업 분야의 대표적 권위자로, 전문성과 현장성을 중시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 대상자인 박한철 헌재소장과 조용호·서기석 헌법재판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헌재소장과 2명의 헌법재판관이 내정됨으로써 '7인 체제'로 운영될 뻔한 헌법재판소의 기능은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소장 자리는 이강국 전 소장이 지난 1월21일 퇴임한 이래 이동흡 전 후보자까지 '낙마'하면서 59일째 비어 있다. 더구나 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송두환 재판관의 임기가 22일로 끝나기 때문에 헌재의 '7인 체제'가 불가피해진 상황. 헌법재판관 수가 7명이 될 경우 현행법상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토록 한 심판정족수는 채울 수 있으나,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법률의 위헌 결정 등에 있어선 "정상적인 평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헌재가 통상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해왔던 정기 선고를 이달엔 1주일 앞당겨 21일에 내리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던 청와대가 이날 인선을 발표한 것도 '소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예상되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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