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인 창조경제를 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쓴소리가 봇물 터진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에 대해 뒤늦게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여당 의원들은 "창조경제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발표한 5대 국정목표의 가장 우선 순위에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배치하고, 이와 관련한 41개 국정과제를 제시했지만 정책이 공감대를 얻기에는 구체성과 현실적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가 전반적으로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가장 중요한게 창조경제"라면서 "창조경제에 대한 구체적 프로그램이 제시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나성린 정책위의장 대행 역시 이날 뉴스1과 만나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개념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며 "창조경제를 통해 자동차·조선·신약·문화 등의 산업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되는지 예를 들어 보여야 국민들한테 설명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 한 재선 의원도 "어느 정부나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지만,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창조경제라는 용어는 썼지만 정부와 청와대도 창조경제의 내용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왕에 내세웠으면 빨리 콘텐츠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박근혜 정부의 첫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도 청와대의 인사시스템과 함께 창조경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워크숍 비공개 회의에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창조경제론을 설명하자, 창조경제를 다루는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소관 상임위원장인 한선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은 "너무나 학구적이다.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슨 말이냐"고 다그치는 등 시종일관 냉랭한 기류가 흐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창조경제의 개념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이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창조경제론'을 발표한 이후 정치권 뿐만 아니라 학계·언론 등에서 개념이 추상적이란 지적이 이어져왔다. 정보통신기술을 각종 산업에 융합함으로써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게 핵심 내용이지만, 융합 방식과 고용 창출 규모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대선 공약을 총괄했던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창조경제론 공약 발표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이 창조경제의 논거가 부족하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공약 발표가 강행된 것이 그 이유로 전해진다. 또한 창조경제의 원래 명칭은 '스마트 뉴딜'이었지만, 김 전 위원장이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여러 개념이 합쳐진 창조경제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발부터 개념이 모호하다 보니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가 국정목표 1순위로 제시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에도 온갖 요소들이 망라돼 있다. 국정목표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아래 41개 국정과제에는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 산업 육성 외에도 인수위가 경제민주화 개념이라고 설명한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와 관련한 과제, 그리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 안정적 세입기반 확충 등 창조경제와는 다소 동떨어진듯한 과제들도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달 25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창조경제를 추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경제 현장에서 창조경제를 이뤄내는 일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창조경제를 둘러싸고 개념의 모호성이 논란이 된 가운데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국방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정책을) 한 자도 못 고친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며 "창조경제가 무엇이냐를 놓고 5년을 보낼 수는 없다"고 공약 수정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의 정성호 민주통합당 역시 새누리당 내부에서 창조경제의 개념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는 여당 의원조차 이해시키지 못하는 허망한 창조경제의 허상을 거두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새로운 경제의 모델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을 중심으로는 창조경제론을 방어하려는 의견도 나왔다. 친박계인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창조경제를 놓고 이런 저런 시비가 벌어지는 등 새 정부 출범이 한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고 당정청 워크숍이 이후 불거진 창조경제 논란에 대한 차단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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