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 취임 후 첫 미국 방문길에 오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긴 했으나 언제 폭발할지 모를 북한문제를 포함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 양국간 풀어야 할 난제들이 켜켜히 쌓여 있기 때문이다. 16일 청와대와 미 백악관이 공식 발표한 방미 일정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내달 6일부터 8일까지 2박3일간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기간 중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간 한미 정상회담은 내달 7일로 잡혀 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미 양국 정상은 내달 7일 한미 정상회담 및 오찬을 갖고 올해 60주년 맞는 한미동맹의 성과와 새로운 협력관계를 위한 발전방향, 북핵문제 및 대북정책 관련 공조방안, 동북아 평화증진 및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은 그러나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서도 핵 주권을 주장하며 한반도 상황을 끝없는 긴장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는 대북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새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미국의 협조와 지지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또 북핵 및 대북문제에 있어 더욱 탄탄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을 압박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간 현안으로 떠오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 1974년 체결돼 내년 3월 만료되는 이 협정을 박 대통령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협정이 체결됐을 때만 해도 국내에 원자력발전소 하나 없던 시대였지만, 원전 23기 보유국에 원전 수출국이기도 한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핵 폐기물을 보관할 공간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핵 연료의 안정적인 확보 등 핵시설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라도 한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자력협정을 비핵확산과 동일시 하는 미국의 입장은 완고하다. 북핵 문제도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베트남 등 10여개국과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앞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국만 예외를 뒀다가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 만큼은 큰 성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난 12일 윤병세 장관과의 회담 후 가진 인터뷰에서 "원자력협정이 희망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워싱턴에 오기 전까지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겨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박노벽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전담대사와 로버트 아인혼 미 국부장관 특보 간 수석대표급 협상이 16~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또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국방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계획대로 전작권 전환을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이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제기된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와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에 대해 "그 문제는 전문가들이 세 단계에 거쳐 확인하고 있다. 5월 방미 때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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