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논의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의 대화 움직임이 감지돼 북-중-미 간 3각 대화가 이뤄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이미 중국에 대화 의향을 내비쳤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미중 간 논의 이후 중국 측의 북한 방문이 현실화하면 북-중-미 3각 대화는 현재의 대치 상태에서 국면전환을 노리는 북한에 일종의 '출구'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는 24일 하루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대북 정책 등을 협의한다. 이어 26~27일에는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등을 만나 북한 문제 등과 관련된 양국 간 협조체계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21일(현지시간) 시작되는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미국 방문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에서 전통적으로 강온 입장을 각각 대변해온 미중 양국이 이번 방문을 통해 현재 가능성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북 대화 분위기를 현실화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까지 중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줄 것을 꾸준히 요청해왔다. 이와 관련,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해 자체적인 경제제재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한 문제에 있어 미중 간의 접근방식이 갖는 차별성이 상당히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상황이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에서 적극적인 압박과 규제를 병행하는 전략적 비인내(strategic impatience)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특히 "중국과 이 부분을 논의했고 의견일치를 봤으며 과거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게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며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의 협조 가능성에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우다웨이 특별대표의 방미는 최근 미중 간의 이러한 기류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미중 간 협의에 이어 북중 간 대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은 그것이 현실화할 경우, 향후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주목할만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 20일 북한이 우리 정부나 미국과의 대화에 앞서 중국과의 대화를 먼저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중국 우다웨이 특별대표나 그보다 상급 인사가 미중간 접촉 이후에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중국측이 북한을 방문할)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상식적인 차원에서 미중 간 협의가 끝나면 이 협의에서 제시된 대북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기 위해 중국 측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북중간 후속 대화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주변국들이 북한에 대해 대화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는 점을 충분히 활용해 북한과의 대화 의사 및 대화 조건들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결국 한반도 안보위기를 고조시켜온 북한에 출구를 만들어 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군사도발 위협을 높여온 북한도 결국 주변국과의 대화로 기조를 전환할 수 있는 적당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최근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중국의 메신저 역할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대북 영향력에 있어서 여전히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인식을 주변국에 심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중국은 이러한 메신저 역할에 공을 들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1일 "북한 내부 전쟁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기에는 북한 정권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대미 전면전 분위기를 높여온 북한이 어느 시점에서 북미 간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분위기를 선전한 뒤에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화가 열리는 시기와 관련해선 아직 조건이 미성숙해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입장차가 확연한만큼 한국 등 주변국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대화가 속도를 내길 기대하긴 무리라는 얘기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진 북미 양측이 서로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등 대화탐색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4월 말 이후 상황을 더 지켜본 뒤에나 대화재개 시기를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 탑재용으로 추정되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TEL) 2대를 동해안 지역에 추가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같은 움직임이 사실이면 실제 발사 가능성을 부각시키면서 향후 대화와 관련해서도 자신들의 협상 위치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설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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