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궐 선거가 21일로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들이 총력전을 펼치며 득표율 끌어 올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막판 민심의 향배가 어느 곳으로 흐를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여야 모두에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가 선거 이후 정치권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이미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국회의원 선거구 3곳(서울 노원병,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의 선거전 종반 판세는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노원병의 경우 안철수 무소속 후보,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은 각각 김무성·이완구 새누리당 후보가 선거전 막판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노원병, 막판 변수는 '투표율' vs '조직표'
어느 정도 한쪽으로 기울어진 판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투표율이 막판 변수다.
2000년 이후 치러진 23번의 재보선 투표율 평균은 33.8%로, 54.2%를 기록한 지난 19대 총선 평균 투표율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30%대 초반의 낮은 투표율이 재현될 경우 공표 금지 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와 달리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재보선에서 사상 최초로 도입돼 사전신고 없이 치러진 부재자 투표, 즉 통합선거인명부제도(사전투표제)가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이 같은 추세가 실제 투표 당일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19~20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를 전날 마감한 결과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3곳의 평균 투표율은 6.93%로 높게 집계됐다.
특히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서울 노원병은 8.38%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맞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 모두 유불리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의 전체 선거인수 대비 부재자 투표율은 2.1%였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높을 경우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강한 안 후보가 우위에 유리하고, 반대로 투표율이 낮을 경우 당 조직력을 안고 있는 허 후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높은 사전투표 투표율이 24일 투표 당일 최종 투표율에까지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에서 여야 후보 측 모두 섣불리 승패를 예단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허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전 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안 후보의 득표율이 높다고는 판단하지 않고 있다"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주말에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사전 투표 현장에 나온 경우도 많고, 김지선 진보정의당,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 등 야권 후보들이 사전 투표를 독려해 온 만큼 안 후보에게만 표가 몰렸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캠프 관계자 역시 "다른 지역 보다는 높은 수치이지만 당초 예상보다 높은 사전 투표율은 아니다"며 "내심 두 자릿수 사전 투표율을 예상했는데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무소속인 안 후보에 비해 여당 후보인 허 후보의 지역 내 조직력이 강하다는 점에도 양 캠프 모두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재보선의 낮은 투표율을 감안할 때 당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이날도 황우여 당 대표와 이인제·김을동 의원 등 당 인사들이 대거 동원돼 지역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안 후보 측 역시 상대적으로 허 후보에 비해 조직력이 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사전 투표제가 3일로 늘어난 것은 새누리당이 조직표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날이 3일로 늘어난 얘기가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양 캠프는 남은 사흘 동안의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지지층을 선거 당일 투표장으로 최대한 끌어 내기 위한 막판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영도, 부여·청양 - 굳히기 vs 막판 뒤집기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의 경우 각각 5.93%, 5.62%의 사전 투표율로 총선 부재자 투표율 보다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김무성, 이완구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가 여전히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두 선거구에서 모두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선거 결과를 보여왔고, 부산에서만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차기 당권 후보로도 거론되는 김무성 후보와 충남도지사를 역임한 이완구 후보에 비해 야권 후보의 중량감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부산 영도의 경우 김비오 민주통합당 후보와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야권의 필요성 제기 목소리가 높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야권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김비오·민병렬 후보 측 모두 단일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김비오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원 유세를 등에 업고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며, 민병렬 후보 측 역시 선거구내 위치한 한진중공업 등 지역 노동자들의 표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충남 부여·청양에서는 이완구 새누리당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후보의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와 15~16일 선거구별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7%p)에 따르면 이 후보가 65.3%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황인석 민주당 후보가 11.4%, 천성인 통합진보당 후보가 4.4%를 기록했다.
◇재보선 이후 정계재편 주목
이번 재보선 국회의원 선거구는 3곳으로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여야의 의석수 분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대체적인 전망에 따라 새누리당이 2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할 경우 현재 152석인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54석으로 늘어난다.
민주당은 현재 127석에서 변동이 없고, 무소속이 한 자리가 늘어나면 국회의 총 무소속 의원은 7명이 된다. 안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면 강창희 국회의장 등 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이 4명으로 유지되고,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이 3명으로 늘어 난다.
여야 정치권은 이처럼 미미한 여야 의석 수 변동 보다는 당선이 점쳐지는 안철수, 김무성, 이완구 후보의 원내 진입이 불러올 정치 구도 변화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유력한 야권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후보가 원내에 입성하게 되면, 안철수 신당을 비롯해야권발 정계 재편이 본격화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재보선 직후 민주당의 5·4 전당대회도 잡혀 있어 야권발 정계 재편이 급물살을 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 영도의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 역시 이번에 당선되면 5선 국회의원으로 차기 당권 경쟁과 당내 세력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서는 황우여 대표 체제가 당분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10월 재보궐 선거 등을 통해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김 후보가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완구 후보는 충남도지사를 지내는 등 충청권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 왔다. 따라서 그동안 충청권 맹주 역할을 해온 이회창·심대평 전 의원이 사실상 정계에서 물러나 있고 '충청 정당' 역할을 해 온 자유선진당이 와해 이후 무주공산이 된 충청권의 중심추 역할을 이 후보가 맡아 충청권의 세력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