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한미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 연습 종료를 앞두고 북한의 잇따른 강경 조치로 야기된 한반도 안보위기가 또 다른 고비를 맞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져온 북한 도발위협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독수리연습이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은 독수리연습 종료시점까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반대로 북한이 독수리연습 기간 내에 미사일 발사 등 중대 도발을 하지 않고 그것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경우 최근 시도되고 있는 주변국들의 대북대화 추진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달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선택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긴장이 더욱 고조되거나 대화무드로 진입할 수 있는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문제를 협의중인 중국의 역할과 개성공단 문제가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된다.
◇ 미사일 카드 여전히 살아있어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을 발사한다면, 태양절(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 이전이 될 것이란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일차적 관측은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 단추를 만지작 거리며 고민했을 것이란 관측의 배경에는 주변국들의 대북 대화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던 지난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전격적으로 북한과의 사실상의 대화를 제의했다.
비슷한 시기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도 한·중·일 동북아 3국을 순방하며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부터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대외 메시지는 여전히 미국과 남한을 비방하는 가운데서도 대화의 조건을 내거는 등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다만 주요 정치적 행사 때마다 무력 도발을 감행해 대내외의 시선을 끌어왔던 북한의 과거 전력에 비춰보면 이달내 군사도발을 계획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길 가능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언론 및 전문가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 시점에 대해) 북한군 창건기념일과 이달 말 한미 연합훈련(독수리연습) 종료일, 7월 정전기념일 등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며 "누구도 그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실장은 "긴장을 끌고 가겠다는 완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이나 (북미 간)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논리차원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北 도발시 주변국 대화의지 크게 꺾일 것
최근까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있는 상황과 관련 우리 정부 내에선 대북 대화 압박으로 북한의 도발을 일단 막았다는 기류도 조심스럽게 흐른다.
전격적인 남북대화 제의와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대화압박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는 해석이다.
태양절 전날인 14일까지 북한이 이렇다할 도발 징후를 보이지 않자, 정부의 한 당국자는 "발사하려면 진작에 발사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최근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등 주변국들의 대화압박이 효과를 냈다는 뜻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북한이 남은 독수리 연습 기간 또는 그 이후에라도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주변국들의 대화의지는 크게 꺾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태양절을 전후로 별다른 위협적 행동을 보이지 않은 점을 중시, 대화압박 효과가 어느정도 효력을 발휘했다는 긍정적 평가에 뒤늦게 찬물을 끼얹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에서 적극적인 압박과 규제를 병행하는 전략적 비인내(strategic impatience)로 대북정책의 변화를 천명한 미국 입장에선 대북제재 움직임을 더욱 구체화할 여지가 높다.
북한과의 신뢰를 전제로 한 대화환경 구축을 목표로 하는 박근혜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도 추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 中 메신저 역할과 개성공단 변수..본격 대화까진 더딜 것
북한이 무력도발 시도를 포기하고 한반도 긴장상태에서의 출구전략을 고민한다면, 중국의 움직임과 개성공단 카드가 상황을 호전시키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2일 미국을 방문해 미측 당국자들과 북한문제를 논의한다.
최근 북한문제에 대해 중국이 기존의 회유적 입장에서 강경한 분위기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대체적인 가운데 이번 양국 간 접촉에서 최근 한반도정세를 풀어낼 단초가 마련될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중국이 이번 북미 접촉을 마치고 북한의 호응에 따라 북한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중국의 메신저 역할에 따라 북미 간 대화재개의 접점이 형성될 수도 있다.
남북 간 최대 현안인 개성공단 역시 북한 입장에선 유효한 출구전략 카드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고 관련 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통행 제한 조치를 푸는 것만으로도 남한은 물론 미국에 대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출구전략을 시도하는 등 전환기적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남북 간 또는 북미 간 대화가 급격히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관계부처의 한 당국자는 "서로가 주는 신호를 해석하고 다음 행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될 수 있다"며 "더욱 각국에 새 정권이 들어선 상황에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에서의 긴장도는 급격히 낮아지지만, 본격적 대화무드로 가는 데 까진 더딜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