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는 2일 울산광역시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을 논의, 생태제방을 우선 설치키로 의견을 모았다.
반구대 암각화는 1960년대 인근에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인 1971년 발견됐다. 암각화는 연중 7개월 가량 물에 잠겨있어 2010년 기준으로 전체의 23.8%가 훼손된 상태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암각화 보존에 대한 다른 방안을 제시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울산시는 시민들의 식수 공급 문제를 들어 '생태제방' 건설을 주장한다. 암각화 인근에 제방을 만들어 사연댐의 물이 들어차는 것을 막자는 방안이다.
반면 문화재청은 제방 공사를 하면서 암각화 주변 경관이 훼손되면 암각화의 가치도 떨어진다며 울산시의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를 기존보다 아예 낮추자는 '수위조절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당 지도부는 더 이상의 암각화 훼손을 막기 위해선 생태제방을 우선 설치한 후 후속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황우여 대표는 울주군 암각화 박물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암각화가 계속 침수된다면 앞으로 몇년을 견뎌낼지 모르기 때문에 더이상 논쟁에 부쳐서는 안된다"며 "가장 급한 시간 내에 임시적으로라도 보존하는 방법을 택한 후에 영구적 보존책을 선택하는 게 지혜롭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암각화는 울산의 보물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랑이고 전 인류의 자산"이라며 "문화융성을 내걸고 있는 박근혜 정부로서도 암각화 보존 문제를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응급조치 방법이 있다면 재정이 드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어도 최우선적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10년 간 (암각화) 주무부처와 관리주체 간 이견이 좁혀지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되서 국보는 국보대로 훼손되고 갈등은 갈등대로 확산했다"며 "양측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문화재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부디 오늘 회의를 기점으로 절충안을 만들어 양측이 모두 받아들여야한다"고 당부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제1의 우선순위는 문화재 훼손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은 (울산시가) 대체수원 확보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임시로라도 제방을 두는 것을 검토해야한다"며 "문화재청이 수위조절안만 고수하지 말고 울산시와 협의해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울산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중추 산업도시"라며 "암각화 문제도 정리를 해 빠른 시일 내에 좋은 대책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대동 의원(울산시당 위원장), 정갑윤·강길부·김기현·안효대·이채익 의원 등도 회의에 참석해 지역 현안에 대한 당 지도부의 각별한 관심을 촉구했다.
지도부와 서동욱 울산시의회 의장, 박성환 울산시 행정부시장, 신장열 울주군수 등은 간담회를 마친 후 암각화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현장에서 이춘실 울산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황 대표 등에게 암각화의 현황을 설명했다. 이 국장은 "수위를 조절하면 유속이 10배가 빨라져 암각화가 수압이 제일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생태제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병수 사무총장과 이혜훈 최고위원도 울산시 관계자들에게 생태제방을 어떤 식으로 설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주고 받았다.
황 대표는 현장답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문화재와 유산은 원형보존이 원칙이지만 현재 암각화는 댐으로 인해 훼손이 진행 중"이라며 "일단 임시로 제방을 쌓아 물에 암각화가 쓸리는 일을 막은 후에 더 나은 대안을 논의하는 쪽으로 울산시와 당은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환자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으는데 환자를 살린 후에 의사들끼리 나중에 논의를 해야지, 환자가 죽고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비유로 울산시와 문화재청 간 갈등이 끝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문화재청의 안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시급한 임시방편이 먼저라는 것"이라며 "저희가 돌아가서 이런 의견(임시제방 설치)를 강력히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이야기 하고, 무엇보다 문화재청과 깊은 논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