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원금을 최대 70%까지 감면해주는 국민행복기금 접수가 지난 1일부터 시작됐지만 수혜자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 측이 수혜대상자 선정작업을 사실상 협약기관인 대부업체에 맡기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 또 해당 기관이 없는 지자체의 시민은 인근 대도시까지 찾아가야하는 불편함도 겪고 있다.
5일 국민행복기금 가접수를 했던 김모(41)씨는 이 제도의 미비사항에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지난달 22일 가접수를 마치고 정부가 밝힌 대로 가접수와 동시에 채권 추심 행위가 중지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접수 다음날 대부업체가 김씨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해 오는 16일 경매에 넘긴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행복기금 접수기관에서 신청자의 채권을 가진 대부업체에 해당사항을 조회해도 대부업체가 대상자가 아니라고 통보하면 더 이상의 실사 없이 신청자격이 박탈되는 구조”라며 “오히려 대부업체에서 채무이행을 압박하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지난 3일 대부업체의 경매통보 이후 자신이 가접수한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찾아 상황을 확인했으나 기금 수혜 대상에 해당되지만 대부업체가 등록 제외대상으로 통보해 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자산관리공사의 말은 결국 대부업체가 행복기금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뜻과 같은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자산관리공사 측은 “해당기관이 가접수자의 대상 여부를 금융기관에 묻게돼 있고 금융기관은 조회한 서류에 가부를 표시하도록 돼 있다”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행복기금을 만든 금융위원회는 수혜 대상 판단을 대부업체에 맡기지 않는다는 입장만 되풀이 할뿐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우리가 집중해서 관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대부업체의 말처럼 대부업체가 채권 판매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며 “협약에 다 그런 내용들이 반영이 돼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위원회의 말이라면 협약에 따라 제외대상 채권에 대한 이유를 명시하도록 돼 있지만 기금 측이 따로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행복기금과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 및 대부업체 216곳에 대해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행복기금이 금융소외자 재기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기금의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안동사무소와 포항사무소 밖에 없으며, 종합상담창구는 대구신용보증재단과 포항시청 뿐이어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국민행복기금은 오는 10월 31일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및 농협은행, KB국민은행 지점에서 접수를 받는다.
채무조정 미신청자 채무 일괄 매입은 오는 7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로, 일괄 매입한 연체채권에 대한 채무조정 신청의사 확인 및 채무조정 지원은 오는 7월부터 실시된다.
주채무자가 국민행복기금 지원요건(1억원 이하·6개월 이상 연체채권 보유 등)에 해당하는 연대보증자도 오는 2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국민행복기금의 혜택을 받게되면 총 채무액을 채무관계인(주채무자+보증인) 수로 나눈 뒤 상환능력에 따라 30∼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