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 이틀째인 6일(이하 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보다 확연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0년에 발생한 사건(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같은 소규모 공격을 '도발'이라고 간주하고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마가렛 브렌넌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yes, we will make them pay)"고 말했다.
북한이 또 다시 천안함 폭침과 같은 무력 도발을 해 올 경우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한 자리에서는 북한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인 핵무기 및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과 관련해 사실 저렇게 가면 계속 고립되고, 더구나 핵도 보유하면서 경제도 발전시키겠다는 병진노선을 걸으려고 하는데 그건 사실 양립될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면서는 "북한의 핵을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이 저렇게 도발하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상은 앞으로 있을 수 없고, 도발을 하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이 올바른 길을 택하면 지원도 하고, 협력해서 공동번영의 길로 나가도록 최대한 힘 쓰겠다는 것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지원을 해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퍼주기식 논란'을 의식한 듯 투명성에 대한 관심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 관련 발언의 흐름을 보면 7일 오전 백악관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보다 선명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자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작동시키기에 앞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전제를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영유아 및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도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두고 미국 정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오해와 모호성에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 대한 전략적 방안이 제대로 제시돼 있지 않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남북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평화정착에 초점이 맞춰진 장기적 플랜이라면 현 단계에서의 미국의 관심은 북한의 핵 위협과 그로 인한 동북아시아의 안보 위기에 우선적으로 쏠려 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한반도 비핵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지의 상관관계를 궁금해할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 낼 구상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핵위협 등에 대해 보다 선명한 입장을 밝혀두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기 위한 정지작업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