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방미 기간 중 성추행 의혹 파장이 윤 전 대변인과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진실게임' 양상으로까지 번지자 새누리당에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당 일부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가 청와대와 당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을 차단하기 위해 '윤창중 개인사건'으로 규정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그러나 전날(11일)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태도로 나오자 당 내부 기류는 말 그대로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윤창중 스캔들'에 대한 청와대의 엄정한 대응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이주영 의원은 "청와대 내부의 기강이 해이한 건 사실로 보인다"며 "이남기 홍보수석의 책임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일을 청와대에서 은폐하려는 것처럼 (국민은) 볼 수 있기 때문에 (사건 전후 대처는) 아주 부적절했다"며 "내부 감찰·조사를 통해 시스템상의 책임 소재를 가려야 재발 방지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인 장윤석 의원 역시 "대통령의 입을 담당하는 윤 대변인이 24시간이 공무시간인 방미 기간 중 술자리를 가졌다는 자체부터가 틀렸다"며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윤 대변인 윗선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 의원과 맞서는 최경환 의원은 윤 전 대변인이 즉시 미국으로 건너가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하며 "누구의 유불리를 따지고, 감싸는 사안이 아니다. 누가봐도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청와대를 옹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의원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인 김기현 의원 또한 "우리(새누리당)가 정권을 잡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데 정권을 잡아 놓으니 엉뚱한 사람이 들어가 다 망쳐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들은 청와대 참모진 문책을 요구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을 거론하진 않았다. 그러나 당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사과 등 더 수위가 높은 청와대의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사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사과도 필요하다"며 "물론 부하 직원들을 일일히 대통령이 지휘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 걱정과 우려에 대해 대통령이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전 대변인이 개인적으로 처신을 잘못한 것이긴 하지만 그 배경에는 청와대 참모진들의 기강해이,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대처 등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며 "사실관계를 분명히 확인한 후에 기강을 다잡는 차원에서 윤 전 대변인 이상으로 책임자 문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과 내부 시스템의 역량은 이런 사건이 터졌을 때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라며 "윤 전 대변인의 일을 둘러싼 청와대의 미숙한 수습은 참 한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일에 대해 직접적 관리책임이 있는 범위까지는 책임을 지우는 문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당 지도부 또한 윤 전 대변인 개인의 일로 정리하기엔 어렵다는 (당내) 의견을 수렴해서 당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내 쇄신파 한 의원은 "대통령의 사과는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일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여당에서 '하시라, 마시라' 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통령께서 필요하다고 보면 하실 것이다.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의진 원내대변인 등 당 여성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 윤 전 대변인을 비판하는 한편 철저한 진상규명을 청와대에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 원내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허태열 비서실장이 대국민 사과한 데 대해 "사과와 (책임자) 문책은 당연하고 청와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자체는 법적 문제지만, 그의 귀국과정을 둘러싼 의문 등 중요한 문제가 아직 상당히 남았다"며 "사건에 대한 투명한 처리와 전후 상황에 대해 청와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확실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전날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후 민현주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윤 전 대변인은) 시종일관 자신에 대한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한 기자회견을 보였다"며 "이는 고위공직자로서 매우 실망스러운 책임의식을 보여줬다"고 밝힌 이후로는 공식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민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중량감이 있는 원내대표 후보 두분께서 모두 오늘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당에선 (공식 의견에 대해) 조금 더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2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파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 "누구도 책임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 비서실장은 이 자리에서 이남기 홍보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