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스캔들을 계기로 새누리당 내부에서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여권 내에서는 "결국에는 이런 대형 사건이 터졌다"며 '예고된 참사'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윤 전 대변인은 당선인 대변인으로 발탁될 때부터 극우 편향적인 칼럼과 막말 논란 등에 따른 자질 시비를 빚어 임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으로까지 임명하면서 이같은 사단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인수위 대변인 시절에도 튀는 말과 거친 행동으로 언론과 마찰을 빚었음에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돼 '불통·밀실·수첩 인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1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런 파문까지 일으킬 것으로 상상은 못했겠지만, 인선 당시 당과 언론의 얘기에 조금만 귀 기울였어도 결과적으로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겠냐"며 "윤 전 대변인의 임명 뿐만 아니라 일부 국무위원 인선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혀 반영된 것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 지도부로서도 정권 초기라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는게 부담스러워 청와대의 인사를 그냥 지켜본 측면도 있었다"며 "이런 사태가 터진 이상 이제는 당이 청와대의 인사에 대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15일 치러지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주자들도 청와대 인적 시스템 개편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 오전 WBS 라디오 '민충기의 세상 읽기'에 출연, "인수위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의 업무 수행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기에 걸맞지 못했다"며 "인사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에게는 권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항상 깨어있을 수 있도록 당에서 긴장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상대인 최경환 의원 역시 이날 오전 TBS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서 "인사문제에 대해선 꾸준히 문제가 지적돼 왔고, 누구나 동의를 하는 것 아니겠느냐. 검증시스템을 보완해야 된다"며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평판을 들어야 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천을 받아야 인재풀이 넓어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런 부분에 대해선 시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월례 회동을 앞둔 황우여 대표 역시 이날 오전 최고위원단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인사시스템과 청와대 홍보라인 개편에 대한 당 지도부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황 대표는 간담회 직후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국민들이 말하는 인사 시스템의 문제는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당도 책임을 지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도 충분한 시스템 축적이 미흡했다는 것에 통감하고, 정부도 정권을 넘어서는 인재 확보와 인사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변인 인선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 참모진의 자질 논란 역시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의 연장선에서 지적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낼 당시 비대위원으로 활동하고 선대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등을 지낸 이상돈 전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이재용의 시선집중'에 출연,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것과 같이 인사가 잘못됐다"며 "지금 청와대 구성원들에게는 유대감이나 이 정권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끈끈한 각오가 과거 정부의 참모진 보다 낮다. 국정경험과 정치에 대해서도 식견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