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의 '사표(辭表)'를 수리했다.
이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난 미국 방문 기간(5~10일) 중 발생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 직원 관리 소홀 등의 지휘·감독 책임을 지고 지난 10일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辭意)를 표명한 이후 12일 만이다.
이 수석은 당시 박 대통령과 함께 방미(訪美)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윤 전 대변인 사건과 관련해 허 실장에게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 수석은 지난 13일 출근해 홍보수석실 회의를 주재한 뒤 청와대를 떠나 이날 현재까지 출근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 수석의 사표가 수리됐다"면서 "이 수석은 이미 (윤 전 대변인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내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 사건에 따른 청와대 인사 개편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일단 홍보수석이 사의를 표명했고, 또 그 부분은 내가 지난번(13일)에 수석회의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관련 수석이 전부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이 수석의 사표가 수리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김 대변인은 관련 보도 직후 "(이 수석) 사표 수리와 관련해 행정적으로 진행된 게 없다"고 공식 부인했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이 수석의 사표가 뒤늦게 수리된데 배경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엔 "이 수석이 정권 출범 초기 멤버이고 해서 (사표 수리에) 시간이 걸렸다. 오늘 행정적 절차가 끝나 사표가 수리된 것"이라고만 답했을 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이 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시점에 대한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오후에 걸쳐 대전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 방문과 충남 논산 육군항공학교에서 열린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전력화 기념행사 참석 등의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따라서 이 수석에 대한 사표 수리는 일정 출발 전 또는 외부 일정을 마치고 청와대로 복귀한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이 수석의 사표 수리가 미국 측의 윤 전 대변인 사건 수사 상황과 관련이 있냐'는 질문엔 "그런 건 없다"고 답했고, '수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적으로 책임을 물을 거냐'는 물음엔 "사표가 수리됐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 책임을 물을 게 없다"고 밝혔다.
이날 사표 수리로 이 수석은 더 이상 공무원 신분이 아닌 만큼 앞으로 청와대에선 또 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에 대해선 "미국 측 수사 결과가 나오면 수사기관에서 별도의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 수석 사표 수리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다른 언급이 있었냐'는 질문엔 "없었다"고 답했고,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의 후임 인선에 관해서도 "아직 아무 것도 들은 게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수석은 현 정부 청와대 수석 중에선 처음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인사가 됐다. 지난 2월18일 인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93일 만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첫 홍보수석에 발탁됐던 이 수석은 예능 TV프로그램 프로듀서(TV) 출신으로 언론계에선 '마당발'로 통했던 인물로서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고교 선배이기도 하다.
그러나 홍보수석이란 직분에 걸맞지 않게 언론과의 접촉 빈도가 적어 업무 초기 단계에서부터 윤 전 대변인과 함께 '불통(不通)'이란 비판을 받았고, 특히 이번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선 직속상관으로서 하급자 관리 책임과 더불어 '늑장 보고', '초동 대처 부실' 등을 이유로 문책론이 제기됐었다.
더구나 이 수석은 미국 워싱턴DC 현지에서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윤 전 대변인이 '나 홀로' 귀국한 배경을 놓고 윤 전 대변인과 '진실공방'을 벌이기까지 했었다.
이 수석은 앞서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이 "본인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었지만,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회견에서 "이 수석의 귀국 종용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게다가 이 수석은 귀국 당일 심야 브리핑에서 윤 전 대변인 사건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 '셀프 사과'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