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9일 일본 정치인들의 잇따른 위안부 망언과 역사왜곡과 관련, "한일관계에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오늘날 우리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서 분노와 실망을 느끼고 있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의 예방을 받고 "일본하고 우리는 아주 가까운 이웃나라이고, 중요한 교역상대국이기도 하다. 잘 지내야만 하는 관계인데 대사께서도 아시겠지만 요즘 한국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감정은 그렇게 좋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아베 내각의 출범 이후 총리와 내각을 비롯해서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이 한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 사이에 있었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정신이 아직도 살아있다면 이런 일은 더 이상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 공동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말씀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제가 알기로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공동선언 정신이 계승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정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양 국민 사이에 공유돼서 인식한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한일관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있은 뒤 이듬해인 1999년과 2000년에 정부가 일본의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을 결정할 당시 자신이 문화부장관이었음을 밝히면서 "오늘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더 이상 한일관계가 악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다 좋은 이웃의 관계로 친선이 돈독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벳쇼 대사는 김 대표의 말에 공감하면서 "현재 한일관계가 어려움을 겪는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라며 "역사에 관한 인식이 지금 한일관계의 어려운 요소가 된다는 것은 저도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구치 총리의 공동선언은 일본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정신을 재인식하면서 그것보다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그 전에 1995년에 발표한 무라야마 총리 담화도 있었고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벳쇼 대사는 "저희 대사관도 한국 관계자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고 한국의 감정을 일본에 정확히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양국 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 아베 내각과 일부 정치인이 그런 정신이 유효하다는 걸 다시 상기해주신다면 한일 간의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가 상당부문 시정될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며 대사의 역할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