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 두 번째 순방국인 중국 국빈방문길에 오른다.
3박4일 일정의 중국 방문은 미국과 함께 G2로서 패권경쟁을 펼치고 있는데다 한반도 주변 정세와 관련해 가장 큰 열쇠를 쥐고 있는 곳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정상외교를 펼치게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근혜정부가 지난 이명박정부에서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데 주력하는 상황에서 이번 방문은 그 의지를 대내외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뒤 다시 냉각기를 겪고 있는 남북관계에 있어 중국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방문이 지니는 의미는 상당하다.
◇베이징 2박 후 시안 1박…역대 대통령 첫 시안 방문
박 대통령은 오는 27일부터 진행되는 중국 국빈방문을 통해 본격적인 대중(對中)외교를 시작한다.
우선 일정 첫 날부터 박 대통령은 곧바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첫 한·중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을 연이어 갖고 한·중 관계에 대한 미래비전과 양국 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중 관계의 미래비전을 담은 공동성명도 채택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둘째 날인 28일에는 베이징에서 올해 3월 새로 취임한 중국의 새 지도부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양국 간 주요 현안 및 상호 관심사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사흘째인 29일부터 귀국일인 30일까지는 산시성(陝西省)의 성도인 시안(西安)을 방문한다. 시안 방문은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며,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한·중 수교 이후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중에 지방 방문은 총 다섯 번이었으며, 그 중 4번은 상하이를 방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5월 칭다오(靑島)와 청두(成都)를 방문했었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이 있는 3000년 역사를 지닌 고도인 시안 방문은, 특히 문화융성을 국정기조 중 하나로 강조하고 나선 박 대통령의 정치철학과도 맞아 떨어져 선택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순방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은 수행경제인 조찬간담회, 대학 연설, 우리 진출기업 시찰, 한·중경제인 오찬, 재중한국인 간담회 등 다양한 일정도 함께 소화한다.
◇'美→日' 관례 깨고 '美→中'행…한·중 관계 동력 찾나
박 대통령이 처음 맞는 국빈방문인 이번 중국 방문의 의미는 지난달 있었던 방미 못지않다.
우선 그간 역대 대통령들이 첫 순방지인 미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지로 선택했던 관례를 깨고 두 번째 방문지를 중국으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 흐름과 함께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는 점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동시에 대중외교가 그만큼 중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도 된다.
특히 지난 이명박정부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원활히 이어나가지 못한 채 상당히 손상됐다는 부분에서 이번 순방이 지니는 의미는 크다.
한·중 관계의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중국과 정상외교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향후 대중관계의 시발점이자 가늠자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2005년부터 시 주석과 개인적 친분을 꾸준히 이어오는 등 중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이라는 점도 상당히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박근혜정부 출범에 즈음한 지난 3월 중국도 시 주석 체제가 출범하는 등 같은 시점에서 새 파트너로 서로가 마주하게 됐다는 것도 향후 한·중 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용이해진 조건이다.
중국은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간적 위치에 있다는 점이 가장 핵심이다.
최근 계속돼온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 위협, 개성공단 폐쇄 등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당국회담 추진으로 다소 풀리는 듯 했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냉각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은 최근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 과정에서 보듯 과거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인식하는 등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혈맹관계에 있는 중국의 셈법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남북문제를 예단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한·중·일 3국 간에 영토·과거사문제 등이 미묘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밝힌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관련해 먼저 한·중 양국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지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한중 FTA 체결 등 경제현안과 관련한 내용들도 적극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