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 지역 한국인 간담회 일정을 끝으로 3박4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되고 다시금 남북관계가 냉각기를 맞은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방중에서 박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북핵불용'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양국 정상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의 돈독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는 등 향후 20년을 대비한 미래 청사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 분야에서는 내수시장 확대에 힘 쓰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체결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한 것이 성과로 꼽힌다. ◇'신뢰프로세스' 지지 성과…'북핵 폐기' 대신 '한반도 비핵화'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에 이어 중국으로부터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지속가능한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뜻을 같이 했다"며 "시 주석은 남북한 양측간 대화와 신뢰에 기반한 관계 개선과 평화통일 실현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을 환영하고 남북관계 개선 및 긴장 완화를 위해 한국 측이 기울여 온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명시했다. 또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헀다"고 밝혔다. 이는 양국 정상이 북핵 불용과 북한의 핵보유 반대라는 공통된 인식하에 한반도 비핵화 실현 노력에 대한 확고한 협력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적 당사자인 남북간의 당북간 대화가 긴요하다는 우리 입장에 중국 측이 공감을 나타내고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와 9·19 공동성명 준수를 촉구하는 진전도 이뤘다. 중국 측이 공동성명에서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처음으로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지지의 뜻을 표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공동성명 중 한반도 문항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점도 북한 문제와 관련한 양국간 공감대가 확대됐음을 짐작케 하는 요소다.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의 발판을 만든다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원칙적 지지도 이끌어냈다.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고위급 전략채널을 신설하는 등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고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한 토대를 닦기는 했지만,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 미묘한 입장 차이도 여전했다. 공동성명에서 '북핵 폐기'라는 표현 대신 '한반도 비핵화'가 쓰이면서 북핵불용의 공감대를 명문화된 문구로 구체화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을 '북한의 핵무기'로 지칭하지 않고 '유관 핵무기 개발'로 표현한 점도 그렇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도 양국의 미묘한 입장차이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측이 6자 회담 재개 조건으로 2005년 9··19공동선언이 규정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사실상 거듭 촉구하며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 반면, 중국은 6자 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한반도 비핵화 해법을 논의하자는 쪽에 여전히 방점을 맞췄다. 이러한 의견차이는 박 대통령과 중국 지도부 2인자로 꼽히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면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리 총리는 특히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함으로써 6자 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이슈를 넘어 아시아의 화약고로 통하는 남북한의 평화체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동북아 공론의 장이 되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는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6자 회담은 북핵 뿐만 아니라 미국이 한국에 제공중인 핵우산 문제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미국의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 가능성도 견제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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