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지난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행보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4일 민주당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잠정결정 지은 반면 새누리당은 한시적으로 폐지했다가 부활시키는 내용의 '일몰제'를 거론하는 등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한 모습이다.
민주당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찬반검토위원장인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공천제 폐지의 장단점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결과 정당공천제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방안은 오는 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그간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찬반검토위원회에 전권을 부여하고 그 결론을 당론으로 수용하겠다고 천명해왔다. 이 때문에 최고위 차원에서 당론으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민적 약속인 공천제 폐지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는 못한 상태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인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에 일몰법을 적용해 한시적으로 폐지, 앞으로 3번(12년)의 선거를 치른 뒤 다시 평가해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박 위원장은 "기초단체 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옳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 현실이 앞으로 개선된다면 꼭 폐지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다"며 "일몰법을 걸어서 올해부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12년 동안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향후 다시 평가를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새누리당의 당론은 아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위원장이 밝힌 일몰제는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 당론으로 결정 내릴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기초선거 공천폐지와 관련, "하면 하는 것이고, 안하면 안하는 것이지 3번하고 안하는 것은 좀…"이라며 "기초선거 공천폐지는 당내에 이견 있기 때문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신속하게 후속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적 약속인 공천제 폐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도 이날 기초단체 정당공천폐지와 관련해 "당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당내에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은 "정당공천제 폐지가 여성을 포함한 소외계층의 정치 참여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4·11 재보궐선거 당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무공천 방침 발표 때도 당내 반발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