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증인 채택 문제로 파국에 치달은 가운데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나선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거부는 국정 농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증인 채택 불발 시 전면적인 장외 투쟁을 시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정치적 노림수'라고 맹비난 하면서도 '양당 지도부 협상'이라는 퇴로를 열어 두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 대사에 대한 증인 요청 등을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국정조사가 사실상 '무산'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장외투쟁 돌입 첫 현장 의원총회를 열고 "새누리당의 국조 농단에도 국기문란 사건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국정원이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으로 공개해 한국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망가트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은 무엇이 두려워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을 증언대에 세우지 못하느냐"며 "민주당은 국조를 포기한다고 말한 바 없다.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원·판·김·세' 없는 김새는 청문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증인 채택 불발 시 전면적인 장외 투쟁을 시사했다. 아울러 3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국민보고대회를 열기로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두발 모두 광장에 딛고 국민과 투쟁하겠다"며 "민주당은 어떤 대화와 협상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국민의 요구에 반하는 협상에는 결코 응하지 않고 굴복하지도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파행과 민주당의 장외 투쟁에 유감을 표하는 한편 향후 민주당과 대화를 진행해 국정원 국정조사를 정상화시킨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증인·참고인 명단 채택과 관련해 동행명령 등 위법 사항을 주장할 경우에는 협상할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법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출석을 담보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채택 문제를 빌미로 장내외 투쟁을 선언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오늘이라도 당장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서 증인 문제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 놓고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느닷없이 동행명령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국정조사를 스스로 파탄 내는 것을 보면 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있지 않은가라는 의구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를 조장한 민주당 강경파는 국정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공세의 장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 역시 "민주당은 국정조사 파행 원인을 새누리당에 돌리고 그걸 빌미로 장외투쟁을 하려는 의도가 명명백백하게 보였다"며 "지도부가 강경파에 휘둘렸고 이를 명분으로 국정조사를 파행시켰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대선을 통해 증명된 국민들의 선택을 거부하고 대선 불복 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딴 생각하는 딴심정당에서 벗어나 민심을 생각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일단 여야 국조특위는 증인 채택 등을 놓고 이날 최종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5일로 예정된 국정원 기관보고와 7~8일 청문회가 무효화되면서 국정조사도 무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