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1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정상화를 촉구하며 원내외 병행투쟁에 나선지 일주일째를 맞은 가운데 국정조사가 끝나더라도 장외투쟁은 적어도 9월은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국조특위가 국조 기간을 23일까지 8일 더 연장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채택 합의 등 단계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민주당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정원 국조를 넘어서 구체적인 국정원 개혁방안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원 국조가 오는 23일 마무리되더라도 국조를 통해 규명한 사실을 바탕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정원의 개혁방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민주당의 천막당사는 8월을 넘겨 9월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약 국정원 개혁안 마련 등이 지지부진해질 경우 장외투쟁은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가 진행되더라도 장외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요구하고 국민들께서 요구하는 목표들이 실현되기 전까지는 국정조사가 정상화 되더라도 장외투쟁을 접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양 최고위원은 "국정조사는 여러 사안을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며 "실질적으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문제, 국정원 개혁문제, 더 나아가서 대통령 사과문제 등 이런 것은 국정조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상규명을 통해서 재발을 막고 제도적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장외투쟁이 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확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자체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지지율은 30%대로 20%대 초반에 그친 당 지지율보다 높고, 당 지지자들의 장외투쟁에 대한 찬성과 반대 비율도 7대 3 수준이다.
장외투쟁은 또 선명야당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자체 분석이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천막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한 민주당, 선명한 민주당을 당분간 유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계속이다. 내가 전당대회 때부터 얘기하지 않았나.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 무쏘의 뿔"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자세도 장외투쟁 장기화에 기여하는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박 대통령이 김한길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을 수용치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
민주당은 청와대가 단독회담을 5자회동으로 격하시켜 역제안한 데 대해 야당 무시이자 사태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5자회동 당사자들에게도 사전에 아무런 연락이 없이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민주당은 더욱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노웅래 비서실장을 통해 "제1야당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대해서 대통령이 사흘 만에 다자회담 제안으로 답한 것은 아쉽다"며 "대통령이 현 정국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그에 따른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가 이 같은 5자회담 역제안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독회담을 거듭 촉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우선 내가 5자회담 대상자인데 적어도 나한테는 연락을 했어야 한다. 그런 게 전혀 없었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회담을 제의하는 절차(프로세스)나 내용이 너무나 무지하거나 또는 너무나 무례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