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천하가 비록 태평하다고 해도 전쟁은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는 말처럼 어떤 경우에도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13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첫날인 이날 오전 일명 '지하벙커'라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관리상황실에서 주재한 을지국무회의에서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대비는 국가안보와 국민 안위에 가장 필수적인 것이고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을지연습과 관련해 "전시상황에서 정부 기능을 유지하면서 전쟁수행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각 기관별로 전시전환절차와 전시임무수행체계를 정립하고 전시에 적용할 계획과 소산시설 등을 종합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개전 초기 장사정포 포격 시에 주민 대피와 방호시설을 점검하고 수도권과 후방지역에 대한 테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겠다"며 "사이버 공격이나 GPS 교란을 비롯해 최근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도발 양상을 고려한 훈련에도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모든 정부부처와 지자체, 국가 중요시설 등이 이번 훈련에 적극 참여할수 있도록 해달라"며 "매년하는 연례행사라는 타성을 벗어나 내실 있는 훈련, 실전적인 훈련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생화학 무기가 사용됐을 경우 예상치 못한 의약품이 필요하거나 계획보다 많은 의약품이 일시에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전시 원활한 물자 생산과 보급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탄저균 같은 생물학 무기의 경우 치료제나 백신이 충분히 구비돼 있는지, 화학무기가 사용될 경우 군과 민간 모두 충분한 의약품 보급을 받을 수 있는지, 의약품 생산 공장들이 포격당했을 경우에 대안이 있는지 등을 치밀하게 고려해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시설이 폭격을 받았을 경우 전기, 수도, 가스 등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전시 비상식량이 이런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지도 충분하게 점검해야 하겠다"고 부연했다.
최근 수출 중소기업들이 수출허가를 받지 않은 전략물자를 수출하다가 적발된 데 대해서는 "대부분 전략물자수출 금지에 대한 내용을 잘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본의 아니게 불법을 저지르고 안보에 악영향을 기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출기업에게 전략물자제도를 안내하는 '전략물자 홈닥터 사업'을 언급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이런 내용 자체를 잘 모르고 있고 홍보도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산업부와 중기청의 상시 협의체제 구축을 지시했다.
이날 을지국무회의에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전시상황 돌입 선언(4월2일) 및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4월26일)가 있었던 지난 4월과 남북당국회담 제안이 있었던 6월10일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세차례 주재한 바 있지만 NSC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하벙커 방문은 지난 3월8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장교 합동임관식에 참석한 뒤 청와대에 도착한 직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박 대통령은 이날 NSC에서 군, 정보기관, 안보라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군의 동향과 을지연습에 돌입한 군의 전반적인 안보태세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을지연습은 국가 비상사태 발생시 대처 방법을 숙지하기 위해 실시되는 범정부적 성격의 국가위기관리종합훈련이다. 지난 1968년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남파된 김신조 등의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 매년 8월에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