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을 둘러싼 '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 사과를 표명함으로써 상황을 적극 수습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히면서 지금은 재정문제로 어렵지만 앞으로 임기 내에 이 같은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점도 약속했다.이 같은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따라 '공약 파기'라는 비난을 받아온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진정성이 없다고 반발하는 만큼 곧바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기초연금 논란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가장 핵심적인 표현은 "그동안 저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 죄송한 마음"이라는 발언이었다.당초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대국민사과' 수준이냐 '유감' 수준이냐를 놓고 관심이 집중돼왔었다. 기자회견이나 대국민담화 등 공개적인 방식을 통해 '죄송하다'는 표현 등을 사용했다면 대국민사과로 규정지을 수 있지만, 이번 발언은 국무회의를 빌어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간접적 형식의 사과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유감스럽다'는 정도의 발언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왔던 점에 비하면 한층 더 물러선 것이라는 평가다.동시에 박 대통령은 이번 논란이 촉발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민심을 향한 '설득'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도 보였다.현재와 같이 세수부족과 함께 재정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한 연금 수급을 위해 이 같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다. 애초 자신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주장했던 기초연금안의 취지를 함께 설명하면서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타당한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임기 내에 자신의 공약을 지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번 논란이 '공약의 포기'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 관심을 모았다. 국가 재정문제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당장 약속을 지키지는 못하지만 임기 내에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을 통해 민심 설득을 시도한 것이다. 대신 또 다른 관심사 중 하나인 '증세' 문제는 언급을 피해 추가적인 논란을 야기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당장 기초연금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로 언급한 재정문제와 관련해 "지하경제 양성 여건 때문"이라고 밝히고 지하경제 양성화 문제가 본격화되면 재정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내보인 것. 박 대통령이 최근 열린 3자회담에서 증세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번 발언에서 재정문제와 관련해 증세를 언급한다면 더 큰 논란이 촉발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청와대는 더 이상의 해석보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달라는 입장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그야말로 대통령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며 "진정성과 진실을 담아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한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박 대통령이 '사과'와 '설득'을 담은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공약 후퇴' 논란이 수그러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박 대통령이 공약의 취지나 현 재정상황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노인층을 향해 사과를 하는 등 나름 '성의'를 보인 것이 이해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문제라할 수 있다. 이번 파장이 확대되면서 소외 대상 노인층뿐 아니라 국민연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청·장년층의 반발까지 불거지고 있는 만큼 국민 전반의 이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무엇보다 야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야권은 곧바로 박 대통령의 발언 형식부터 비판하면서 반발의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못 지켜놓고 국무회의에서 '사실상' 사과를 하면 국민들께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냐"며 "국민들 앞에 나서서 직접 사과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우시면 공약을 지키시라"고 말해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힌 점을 비난했다.또 "공약 포기가 아니라는 말 또한 우리는 어떻게 믿어야 하느냐"며 "대선 때 그렇게 약속을 하시고도 금방 파기하시는 원칙과 신뢰를 잃은 박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