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제39대 검찰총장은 30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핵심가치이자 국민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채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약자는 배려하고 강자에게는 태산같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직무를 수행하면서 역지사지를 생활화해야 한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과 정의를 바로세우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자기헌신적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때만이 비로소 국민들이 검찰을 믿어주고 박수를 보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채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검찰 조직 및 수사에 대한 원론적인 조언이면서도 자신의 사퇴 배경이 된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의혹 제기, 법무부 감찰, 청와대 외압 의혹 등에 정면으로 맞섰던 최근 행보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채 총장 사퇴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 구성원에게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당당하게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격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채 총장은 또 가족을 하나하나 언급하고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았다"며 혼외자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재확인했다. 채 총장은 특히 세상을 먼저 떠나 보낸 큰 딸을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얘기는 퇴임식에 참석한 부인과 둘째 딸에게 직접 전달됐다.그는 "39년 전 고등학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큰 힘이 돼 준 아내와 하늘에서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 딸, 지칠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준 작은 딸에게 너무 고맙다"며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25년간 검사 생활에 대해 "숱한 시련을 겪었지만 불의에 맞서 싸우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보람 속에서 의연하게 검사의 길을 걸어왔다"며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불의와 타협한 적은 결코 없었다"고 자평했다.검찰총장으로서는 "여러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스스로 방파제가 돼 외부의 모든 압력과 유혹을 막아내겠다는 약속을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왔다"며 "수사검사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고 옳다고 믿는 의견을 반드시 지켜주는 것이 저의 역할임을 잊지 않았다"고 피력했다.이어 "불편부당하고 공정한 검찰, 정치적으로 중립된 검찰, 실력있고 전문화된 검찰, 청렴하고 겸허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고자 했다"며 "자유민주주의가 확립된 대한민국, 부정과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 인권이 살아 숨쉬는 나라를 앞당기기 위해 검찰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아울러 취임사에서 했던 말을 떠올리며 "지난 4월 이 자리에서 충무공의 비장한 심경을 언급했고 총장의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는 이 순간 공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린다"며 "검사 채동욱은 떠나지면 우리의 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검찰의 용기, 검찰 가족의 단합과 긍지는 변함없이 지속되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그러면서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기는 날이 있다"며 "여러분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의연하게 나아가면 반드시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우뚝설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마지막으로는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는 뜻의 '낙엽귀근(落葉歸根)'을 언급, "낙엽은 지지만 낙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여운을 남겼다.한편 채 총장은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보병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고 1988년 서울지검 검사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재직 중에는 대검찰청 수사기획관과 전주지검장, 법무부 법무실장, 대전고검장, 대검 차장, 서울고검장 등을 거쳐 지난 4월4일 제39대 총장으로 임명됐으나 6개월여 만에 중도하차하면서 25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채 총장 퇴임은 4월4일 총장으로 취임한 지 180일 만이기도 하다. 이로써 채 총장은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래 3번째로 단명한 총장이 됐다. 임기제 도입 이후 총장이 된 18명 중 임기를 채운 사람은 6명에 불과하다. 이날 퇴임식에서는 대검 간부와 고검장급 검사, 법무부 간부 등이 참석해 채 총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퇴임식에 참석한 일부 검사 및 직원들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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