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중단했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를 오는 31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이 자리에서 정치현안과 관련 어떤 언급을 할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전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가정보원 및 군의 대선개입 논란과 검찰 수사 외압의혹 등 정치현안에 대해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밝히긴 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추석 전인 지난달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내가 국정원에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고 도움 받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정권에서 일어난 일을 대통령이 일일이 사과한 일도 없다"고 선을 그은 이후로 정치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지난달 26일 이후 27일만에 직접 주재한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닫았다. 오히려 "국감에서 서로 다른 의견 개진과 발전적 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들이 국민에게 도움이 돼야 하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국무회의 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 매주 월요일 오전에 주재하던 수석비서관회의도 지난달 30일 회의를 마지막으로 열지 않으면서 정치현안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침묵도 자연스레 길어진 상황이다.그 사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까지 나서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민주당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헌법불복'이라는 프레임을 내걸며 박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다음달 초 서유럽 순방을 앞두고 한 달 만에 주재하는 이번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치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그러나 현재로서는 박 대통령이 정치현안에 대한 '무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쟁만 되풀이하고 있는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국정 책임자인 자신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민생에만 몰두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전날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내용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 총리의 담화는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중을 거의 그대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리담화'로 읽혔다."중요한 시기에 아직도 대선과정에 있었던 국가정보원 댓글과 NLL관련 의혹 등으로 혼란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정부는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다" 등의 언급은 그동안 박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에서 취해 온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이는 박 대통령 스스로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말한 데서 입장의 변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특히 정 총리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경제를 살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데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힘을 모아주셔야 한다"고 당부한 대목은 정치 현안에 대한 논쟁보다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곧 박 대통령이 앞으로도 국민과 직접 민생으로 상대하는 '마이웨이' 행보를 고수할 것임을 예고했다는 평가다.최근 박 대통령이 청와대 녹지원으로 일반 시민들을 초청해 아리랑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구에 나서는 등 문화·스포츠 행사를 통한 대민(對民)접촉 빈도를 늘린 것도 '현실정치와의 거리두기는 이어가되 국민과의 정서적 거리는 좁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따라서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민생을 화두로 삼거나 서유럽순방에서의 세일즈 외교 등을 강조하면서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주로 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다만 지난 27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빈 자리를 채울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진태 전 대검차장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대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정치 현안을 언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