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대북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이는 그동안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취임후 처음으로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지난 2일부터 프랑스 방문을 시작으로 서유럽 국가 순방에 나선 박 대통령은 출발 당일 보도된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 용의를 묻는 질문에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인터뷰에서 "그렇지만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이라든가 일시적인 이벤트성 회담은 지양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전제하긴 했지만 과거 발언에 비추면 다소 이례적인 언급이다.앞서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인 지난해 9월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만남 용의를 묻는 질문에 "경색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어떻게든 바꿔나가야 된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만날 수 있다. 만나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그러나 취임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방미 당시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지금 당장은 그렇게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또 같은 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박을 했고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시키겠다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이 같은 그간의 발언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원론적이긴 하지만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대북관계에 있어서 일정한 수준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박근혜정부가 대북문제와 관련해 기존의 강경일변도 입장에서 대치상황 완화를 위해 2보 전진을 위해 일단 한걸음 물러서는 수준으로 전략 수정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가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만을 고집하다가는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도 보여진다. 남북관계가 개성공단 정상화 약속 이후 돌파구를 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이 다시금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5·24조치 해제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개성공단의 국제화라는 것은 외국기업뿐 아니라 국내기업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렇게 될 때 5·24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향후 정부의 대북 기조에 어떤 형태로 반영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