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철도파업과 관련해 '원칙'을 강조한 것은 이번 사태를 원칙론에서 적당한 타협없이 정면돌파하겠다는 강한 입장을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더불어 막대한 부채를 안고 부실경영을 일삼고 있는 상당수 공기업을 비롯 국정 전반의 개혁작업에서도 과감하고 원칙있는 자세를 견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 기존 입장을 재확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철도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는 "정부에서 그동안 누차 민영화를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도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하는 것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전혀 명분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데서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다.특히 전날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강제집행에 나선 데 이어 원칙과 비타협을 언급한 만큼 앞으로도 철도파업 문제와 관련해 합법적인 공권력 투입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도 읽혀진다.박 대통령이 철도파업 문제와 관련해 이처럼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의 핵심은 공기업 개혁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으로 인식,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17조원이라는 '비정상적' 부채를 안고 있는 코레일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필수적이며 이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시각인 셈이다.여기에는 그동안 코레일 사장, 국토교통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철도민영화는 없다'고 발표한 만큼 여론이 정부에 보다 우호적이라는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또 박 대통령이 이제 막 공기업 개혁 드라이브를 건 상황에서 철도노조에게 밀리는 듯한 상황이 연출될 경우 정부 전반의 개혁작업을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박 대통령이 이날 "불편하고 힘들지만 이 시기를 잘 참고 넘기면 오히려 경제·사회의 지속 발전이 가능한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 사태를 공기업 개혁의 분수령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비타협적 원칙론이 '불통' 논란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민주당 등 야권은 박 대통령의 비타협 발언과 경찰의 민주노총 본부 진입을 놓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듯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12월 셋째주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 결과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5%p 상승한 41.6%를 기록,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40%대까지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