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3명에 실종 283명이라는 초대형 불덩어리를 안고 있는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지 이틀이 다 돼가고 있으나 아직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 가슴도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현장에는 10m 넘는 파도에다 하늘도 무심한지 비까지 뿌려대 구조대원들은 쉬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1초가 급박한 긴급 상황인데도 구원을 손길을 뻗지 못하고 바다만 쳐다보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눈물도 말라버렸다. 청와대를 비롯, 온 국민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진인사 대천명'의 결과만 기다릴 뿐이다.  이번 사건은 크나 큰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먼저 이 같은 대형 선박에 '위기대응 매뉴얼'이 없을 리 없을 텐데 전혀 작동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명조끼 착용에 대한 지침도 없었고, 비상구 탈출로에 대한 사전 안내도 없었다는 게 생존자들의 증언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물이 객실로 차 들어오고 있는데도 "움직이지 말고 자리를 지켜 달라"는 선내 방송이 계속됐다고 하니 이건 또 무슨 매뉴얼인가. 선내 방송을 믿고 자리를 지킨 착실한 학생들은 지금 대부분 실종자가 됐고, 이를 어기고 뛰쳐나온 사람은 대부분 구조가 됐으니 이런 엉터리 매뉴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또 사고발생시 승객대피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 승무원의 지침인데, 내부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먼저 빠져 나오고 현장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을 비롯한 승객들을 선실에 계속 머물러 있게 했으니 이를 무엇으로 해명할 수 있단 말인가. 목포해경이 조사한 결과 여객선 침몰사고 원인은 갑작스럽게 항로를 변경하려고 급격히 회전하는 바람에 여객선에 실린 컨테이너 등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전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10초 만에 배가 기울었고 곧바로 70도 이상으로 누운 것으로 봐 수긍이 가는 결과다. 그러나 완전 침몰할 때까지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아무리 아수라장이라지만 이 정도 시간이면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면 충분한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선내에는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나, 이를 지시한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고 하니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온데 익숙한 학생들은 더욱 당황했을 게 뻔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연안 여객선에 '위기대응 매뉴얼'이라는 아주 기초 수준의 안전망도 없었으니 사고 나면 목숨을 담보하라는 얘기가 아닌가.  실종자 가족의 피눈물을 무엇으로 닦아 줄수 있을지 국민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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