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사고가 아니더라도 수학여행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학여행의 효과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가정형편이 어렵더라도 부모들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중 유일한 기회이기에 이웃집에 돈을 빌리면서까지 아이들을 수학여행에 보냈다. 그렇게 간 수학여행이기에 처음 보는 모든 것이 신기했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수학여행의 목적은 자신이 살던 곳을 벗어나 다른 문화, 다른 경치를 접하면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고 친구들과의 친목을 다지면서 공동체 의식도 기르자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목적인 '안목 넓히기'의 매력이 이제는 사라졌다. 인터넷으로 쉽게 다른 세상을 접할 수 있는데다, 국내 같으면 하루만 투자해도 가족끼리 차를 타고 오붓하게 모든 곳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치원과 초중학교에서 그리고 가족끼리 전국 구석구석을 돌면서 온갖 체험을 다 했기에 요즘 고등학생들은 국내 수학여행엔 큰 관심이 없다. 해외 수학여행의 경우 현재로서는 비용과 학생간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로 그리 권장할 것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수학여행의 목적 자체가 희미해졌기 때문에 무리하게 그것도 예산을 써 가면서 학생들 통제도 힘든 그 수학여행을 다녀오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여객선 침몰사고를 보면 현재와 같은 형식의 수학여행은 폐지돼야 하는 이유가 커진다.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학여행 과정에서의 안전사고 위험은 여러 단계에 숨어 있다.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의 안전(이번 경우에서 보듯 사실은 '생명'이다)을 좌우하는 사람은 지도교사를 비롯해 운전기사(조종사, 항해사), 프로그램 진행자, 숙소 또는 행사장 관리인 등이 다. 희한하게도 국내에서는 수학여행에서 이들로 인한 사고가 안 일어나는 해가 드물다. 수학여행의 이동단계는 이미 수학여행 버스끼리 충돌하거나 뒤집어지는 등의 사고가 여러번 있었고, 이번처럼 배가 침몰하기까지 한다. 모든 교통수단이 다 위험을 안고는 있지만 수학여행의 경우 사고가 나기도 쉽고 났다하면 한꺼번에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다. 현장에 도착해도 안심을 할 수가 없다. 숙소와 행사장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대표적 사례는 지난 2월 일어난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1999년 6월 23명의 유치원생을 숨지게 한 경기도 시랜드 수련원 화재사고가 있다. 두 사고 모두 업체 종사원들이 피해자 구출 등 사고수습에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 시설도 부실했고 소방차가 달려오기에 너무 먼 거리에 있었다는 것도 닮았다. 시랜드 사고 때 유치원의 교사들은 아이들이 자는 시간 딴 곳에 있었다. 고교생 5명이 숨진 지난해 7월의 태안 해병대 극기훈련 참사 역시 무자격 교관이 옆에 있었다. 우리 부모들은 매년 이런 위험한 수학여행 시스템에 아이들을 맡기고 있다. 그렇다면 수학여행은 물론 체험학습까지 폐지해야 할까. 현재와 같은 대규모라면 모두 폐지하는 게 맞다. 대규모의 경우 제대로 된 수학여행, 체험이 될 수가 없다. 짜여진 프로그램 시간 맞추기에 급급해 보는 것들이 모두 주마간산격이다. 소규모로 다니면 보는 것이 깊고도 많다. 특히 안전측면에서 보면 대규모 행사는 출발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곳곳에 위험인자가 도사리고 있다. 현재와 같은 대규모 수학여행, 체험학습은 얻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위험하기만 하다. 당장 폐지하는 게 맞다. 류 상 현 대구 취재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