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기 경주에서 근무할 때 경주에 관광을 온 학생들을 멀리서 보면 일본 학생인지 한국 학생인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 학생들은 교사나 안내자가 설명을 하면 받아 적고 귀기울여 듣습니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손에 아이스크림이나 바를 들고 있고, 관심있게 듣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풍경이 지금은 변했을까.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보고 지금 이같은 학생들의 습관을 고치고자 나선 이가 이태열 대구남부교육장이다.  이 교육장은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을 온 학생들의 이런 태도에 느꼈던 실망감이 커 교사 생활 내내 학생들의 이를 고칠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8월 현재의 남부교육장으로 취임한 이후 올해 이 구상을 본격화한다. 이른바 `섬돌 프로젝트`다.  -섬돌이 뭡니까. "뜰에서 마루로 올라가기 위해 놓은 작은 돌 또는 돌층계입니다. 학생들이 이 섬돌을 딛고 보다 발전되라고 섬돌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자기 말, 자기 주장만 하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지 않는 것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요즘의 정치권이나 일반적인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전체가 이런데 학생들의 이런 습관을 이 프로젝트로 쉽게 고칠 수 있을까요. "고칠 수 있습니다. 교장과 교사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요즘 학생들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이 돼 있지 않은 것이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남의 말을 잘 듣도록 하는 습관을 위해서는 우선 국어과목의 교수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 교육은 듣기와 읽기보다 말하기와 쓰기 교육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말하기와 쓰기는 표현 영역이고, 듣기와 읽기의 이해 능력이 없이는 발전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듣기와 읽기라는 가장 기본적인 영역을 다지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겁니다" -어떤 방법으로 추진합니까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중요한 행사를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해력 경연대회와 독해력 경연대회입니다. 청해력 경연대회는 학생들이 방송을 듣고 질문에 답하도록 하는 것인데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메모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독해력 경연대회는 읽고 뜻을 파악하는 대회인데 역시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줍니다. 두 대회 모두 남의 말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게 합니다. 각각 연중 두 차례씩 개최할 것입니다" 남부교육청은 이를 위해 벌써 이달부터 이 프로젝트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관내 교장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열었다. 2월부터는 기초 자료를 제작하고 교사 연수도 하며 교사 자율 동아리 공모에도 나설 계획이다. "두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선 학교에서는 듣기와 읽기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즉 교실 수업에서 듣기와 읽기 능력을 강조하면서 학업성취도 평가도 듣기와 읽기 평가 비중을 확대하고, 학급·학년별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듣기와 읽기의 중요성을 알게 될 것입니다" -재미가 있어야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을 텐데 구체적으로 학교에서는 듣기와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됩니까. "이를 테면 메모하며 방송듣기, 선생님이나 친구 또는 부모님이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요약하기, 인문학 도서나 신문 요약하기, 칭찬의 말 전하기, 알림장 없는 날(말로 전하기) 운영, 메모장 경연대회, 현장체험 듣기 보고서 발표대회 등을 개최하면 학생들도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것으로 봅니다" -섬돌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인성교육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다져집니다. 올바른 인성은 남의 말을 경청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런 습관이 배기면 국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집중력이 길러져 성적이 올라갈 것입니다.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습니까" 이 교육장은 "청해력 및 독해력 경연대회는 어른들이 봐도 재미있을 것"이라며 학부모들에게도 많은 참관을 권장했다.  류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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