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의 초반 기세가 무섭다. 70%에 달하는 대폭적인 선수 구성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즌 개막 후 4경기 무패(3승1무) 행진을 달리며 초반 K리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포항은 지난 31일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2018 정규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정원진의 선제골과 후반 김승대의 추가골을 앞세워 후반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울산을 2-1로 물리쳤다. 포항은 3승1무(승점 10)를 기록하며 이날 경기가 없었던 경남FC를 따돌리고 선두에 복귀했다. 상대인 지난해 FA컵 우승팀 울산은 개막 후 4연패에 빠지며 아직 승점 1도 챙기지 못해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포항은 하루 뒤인 1일 경남이 강원FC를 3-1로 누르고 4연승(승점 12)으로 선두로 다시 치고나가 2위가 됐다. 포항은 전반 32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제테르손의 왼쪽 크로스를 송승민이 머리로 정확히 떨궈주자 정원진이 강력한 논스톱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중원에서 두 번의 패스와 한 번의 슈팅으로 깔끔하게 골을 엮어냈다. 경기 주도권을 장악한 포항은 후반 23분 허리에서 채프만이 한 번에 찔러준 것을 김승대가 울산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다급해진 울산은 포항전에 강한 주니오를 투입해 만회골을 노렸다. 주니오는 후반 33분 포항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고 밀어넣기 골을 올렸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주니오는 포항전 4경기에서 4골을 뽑는, 개인기록을 추가하는데 만족했다. 특히 이날 '동해안 더비'는 포항의 든든한 후원사인 포스코의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로 치러져 승리의 기쁨이 두 배가 됐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권 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몇 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이제는 재무상황이 안정됐다. 빠른 시일내로 포항스틸러스에 대한 지원 규모를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겠다"고 밝혀 최순호 감독이 이끄는 포항에 큰 선물을 안겼다. 포항은 급격한 스쿼드 변화로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낼 것이란 예상을 깨고 공수 밸런스가 기대 이상이다. 수비의 핵인 김광석이 부상을 털고 복귀하면서 하창래-배슬기와 함께 탄탄한 중앙수비를 구축한 것이 전체적인 플레이에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좌우 윙백인 강상우, 권완규도 다부진 수비와 활발한 공격 가담으로 공수 짜임새가 촘촘해졌다. 주전 골키퍼 강현무의 선방도 돋보인다. 강현무는 빠른 순발력과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신화용의 이적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다. 새로 가세한 공격수 레오가말류와 미드필더 채프만이 팀에 빠르게 녹아들어 김승대, 정원진과 함께 공격옵션에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키플레이어' 김승대는 빠른 발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휘젓다가 순식간에 상대 수비라인을 허무는 전매특허인 '라인깨기'는 K리그의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다. 이날 울산전에서도 김승대는 후반 22분 채프만가 허리에서 찔러주자 상대의 수비라인 뒷 공간을 파고든 뒤 한방에 결정짓는 공포의 '득점 본능'을 과시하며 K리그 100경기 출장을 자축했다. 팬들은 27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기분 좋은 결승골을 터뜨린 김승대에게 축하 케이크를 전달하며 기쁨을 함께 했다. 하지만 측면공격수인 브라질 출신 제테르손과 기대주 송승민이 아직 이렇다할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것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최만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