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 중소도시의 소비자들과 영세 상인들이 받는 고통이 증가하고 있다. 17일 경북 포항시와 중앙상가 상인회에 따르면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꽁꽁 얼어붙은 시민들의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다음달 1일 포항 중앙상가 거리에 루미나리에를 설치한다. 포항 중앙상가(실개천) 쇼 윈도에는 겨울철 신상품들이 전시돼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으나 정작 가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뜸하다. 중앙상가에서 여성복(청소년) 매장을 운영중인 A씨(53)는 "지난해에도 다소 경기가 어렵다는 얘기는 나왔으나 이정도는 아니었다"며 "불경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15~16일(주말)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간대인 오후 3~8시 사이 중앙상가 포항시네마앞에서 우체국까지의 실개천에는 수천여명의 시민들이 찾아와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시민들은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것이 전부, 바로 옆 상가에는 눈길조차 두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간혹 쇼 윈도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잠시 아이 쇼핑을 즐기는 시민들 이외는 직접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고르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가장 즐겨찾는 팬시점의 경우도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평일 뿐만 아니라 주말 오후가 되면 여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이곳에도 요즘들어 학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종업원들의 말이다. ◇알뜰 시민, 연인들 외식비조차 '꽁꽁' 주말 오후 배꼽시계가 울릴 무렵이면 코를 자극하는 냄새와 함께 앉을 자리를 찾아 볼수없던 피자가게와 만두집 등 지역 유명 식당가에서 빈 식탁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이젠 별 구경거리가 되지 않는다. 평소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즐겨찾는 시내 모 피자집과 아이스크림가게 종업원들은 "최근 두 세달 사이에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든 것을 느낄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말을 반영하듯 주변에 있는 떡뽂이 가게 등 분식점에 다소 많은 손님들이 찾아들고 있으나 이들 가게의 경우도 평소에 비하면 40%정도의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주인들은 전했다. ◇시내 빈 상가들 하나둘 늘어나 이처럼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자 영세 상인들은 하나둘 가게문을 닫고 있다. 중앙상가 입구에 수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7층 규모의 대형 상가 건물이 여전히 텅빈채로 방치되고 있으며, 우체국 옆 옛 포라원 백화점 10층 규모의 건물과 시민극장(15층규모)도 리모델링을 마치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으나 건물 주위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또, 포항역 앞 옛 킴스클럽도 5년이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한채 텅텅 비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업이 침체되면서 지역철강업체들도 30%정도 감산을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건설경기가 곧 소비심리와 직결된다고 걱정하는 상인들의 우려대로 올 겨울 경기는 한파와 함께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앉아서 불경기를 이겨낼순 없다" 포항시와 중앙상가 상인회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작년에 이어 중앙상가에 루미나리에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로 했다. 중앙상가 상인회 이석형 총무는 "우선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수 있게 상가 주변에 공영주차장을 마련해야 된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죽도시장처럼 아케이트를 만들어 사계절 내내 시민들이 편하게 쇼핑을 즐길수 있는 공간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중앙상가는 물론 시 전체의 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무는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30~40대층이 중앙상가를 찾지 않고 있다며 상가 주변에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라고 지적했다. 현재 고객주차비로 주차장에 부담하는 요금은 30분당 700원. 상가를 찾는 소비자들은 '인근 백화점과 대형 유통매장의 경우 무료 주차를 하는데 왜 주차요금을 지불해야 되느냐'는 불만의 소리가 많다. 이 총무는 "불황도 불황이지만 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방안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얼어붙은 지역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와 함께 팔을 걷어붙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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