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대한 우리사회의 기본인식은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해 부양부담이 증가하고, 전체사회의 생산력(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출산력 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출산안정을 주요한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을 직접적으로 출산의 문제와 연관시키는 것은 문제의 본질적인 측면을 간과함으로써 그 효과성을 모호하게 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고령사회의 도래로 인해 야기 될 수 있는 국가의 생산력(경쟁력) 약화에 대한 대안이 단순히 출산력 회복 여부의 문제이기보다는 어떻게 현재와 미래의 노동력의 질을 향상시킬 것인가에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현재의 정책방향은 출산력 회복을 통해 현재의 인구규모를 재생산 해내는 것이기보다는 국가 내 노동력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산업구조를 더욱 고도화시키는 것으로 그 대안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초부터 서구사회에서 고민되고 있는 바고, 복지국가의 새로운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제3의 길의 저자인 기든스에 의해서도 주장되어지고 있는 바다. 특히 우리사회와 같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아직까지 낮은 국가에 있어 국가경쟁력 회복에 대한 문제는 양질의 여성 노동력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국가의 생산력 문제를 제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현재 출산안정화정책은 말이 출산안정화 정책이지 그 본질은 출산장려정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안정화정책이라는 것이-문자 그대로-현재의 출산력 수준을 유지하자는 것인데, 현재의 1.1대의 출산력을 유지하자는 것은 아닐 터이고 결국 출산장려책에 다름 아닌 것이다. 출산안정화는 시민으로서 여성의 노동권과 모성권이 보장되는 결과로서 얻어지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물론 정책적 목적으로 제시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성취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1990년 스웨덴의 합계 출산력이 2.14로 높아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구의 어떤 국가도 출산력을 인구 대체율 수준인 2.1이상으로 회복시킨 국가는 없다. 즉 출산력을 인구대체율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문제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기대 자녀수가 2명이상인 경우) 현실적으로 검증된 바가 거의 없다. 즉 출산안정화 정책의 기본방향은 여성과 남성이 노동시장의 참여와 출산과 양육으로 대표되는 가정생활이 더 이상 양자택일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 조건을 창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한다. 그리고 노동시장과 가정의 이중적 부담이 부당하게 여성에게 부과되고 있는 현실에서 출산의 문제는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에 근거해야한다. 더구나 현재와 같이 가족의 전통적 기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고령화 대책은 가족의 부양과 돌봄의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돌봄과 부양으로 대표되는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화가 고령사회의 주요한 기본대책으로 고민하지 않는 것은 현재와 같이 노인의 돌봄과 부양을 비공식적 부문에 의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비공식적 부담의 주체가 대부분 여성인 점을 고려한다면 소위 고령사회의 문제를 여성의 무급노동에 의존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고령사회에 대한 기본대책은 지금까지 정책의 주요한 고려대상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던 가족과 여성의 문제를 중심에 놓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여성과 남성이 노동시장과 가족에서 동등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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