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원작자인 소설가의 어린시절을 보냈던 조그마한 섬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을 통해 오늘을 반성케하는 빼어난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영화가 관객의 발길을 모은 적이 있다. 오늘도 너나없이 내섬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그 섬이 비록 재벌들이 호화로운 별장이 아니더라도 쓸모없이 버려진 무인도라 할지라도 낚시를 하든 낮잠을 자든 내맘대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왕국을 꿈꾸며 가정생활 직장생활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나를 주눅들게 하고 열받게 만들지라도…. 요즘 십대들은 풀 길없는 괴로움을 향락으로 달래기 위해 강도짓을 서슴치 않는다. 새내기 직장인들도 남녀불문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이다. 돌아서면 들통날 새빨간 거짓말을 입술에 침도 안바르고 하는 정치인들의 사기극이나 유치원시절부터 눈치 코치를 익힌 처세술에는 부끄러움이란 감정은 발디딜 틈도 없을 뿐아니라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같은 직장에서 날마다 부대끼며 사는 동료간에도 위아래 구분이 갈수록 희미해져 간다. 내 인생의 성공, 행복, 욕망충족을 위해 직장도 사회도 국가도 존재하는 신인류에겐 우리사회는 너무 거추장스러운게 많다. 어서 빨리 내 욕망의 섬에 높이 높이 역망의 성을 쌓아야 하는데 윤리, 도덕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잘나고 똑똑한 돈많은 자들에게 우리 사오십대 중년직장인들은 자리보전에 노시초사하며 되려 아랫사람 눈치보기에 급급한 불쌍한 고개숙인 아버지로 전락해졌다. 콩나무 시루같은 이 사회에 따로노는 마당에 마주치는 이상 야릇한 냄새공해도 마다않고 지금까지 우리는 살아오지 않았는가. 열심히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흘리는 땀냄새는 얼마나 상큼한가. 산모의 젖내음이나 고향의 흙냄새. 아니 지린내까지 얼마나 우리마음을 푸근하게 적셔주는 귀중한 냄새인가. 그러나 이젠 강과 바다가 썩고 국회의사당은 구린내를 풍기고 우리사회는 악취를 뿜는 것은 모두가 양심이 썩어 내뿜는 냄새 공해다. 이보다 더한 악취가 이땅을 뒤덮어 후각이 마비된 비극을 이겨내기 위해서 우리지도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가난한 이웃과 위기에 처한 나라를 걱정하며 허리띠 졸라매고 밤을 하얗게 세우며 땀흘리는 일벌레 공부벌레 사랑벌레들이 우글거리는 공장과 사무실에 희망이 넘실대는 우리의 섬, 그곳에 가고 싶다. 작고 외로운 섬들이 모여 인공향기가 아닌 사람이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곳에 가고 싶다. 아무리 첨단과학이 테크노피아를 노래해도 전달할 수 없는 사람이 사는 기본도리와 예의가 살아 있는 곳. 부끄러움을 가르치지 않아도 잘 아는 섬에 가고 싶다. 조직이 생사람잡고 쌓인 스트레스로 슬슬 미쳐가는 세상을 밝히는 인품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을 만나 따뜻한 커피를 나누고 싶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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