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각종 경제 위기설에 기업들의 경영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요는 급감하고 시중에 돈은 말라가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영전략의 폭도 그만큼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영컨설팅업체가 지난 1927년 이후 경기침체기를 조사한 결과, 평균 불황기는 11개월에 불과했다. 장기 불황기라고 해봐야 대개 2년을 넘기지 못했다. ‘마치 나락에 빠질 것처럼 공포에 휩싸일 필요도 없을 뿐더러 서둘러 핵심 사업을 포기하지는 말라’는 것이 그 중심이다. 그 핵심에는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심리적 동요와 달리 국가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10년 전 IMF 경제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에 있다. IMF 경제위기 발발 1년 전인 1996년의 기업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1.07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 한국은행은 9.41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웬만한 충격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하강 국면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고 회복과정도 완만할 것이다. 선진국 정부 간 공조를 통한 위기대응으로 대공황 같은 파국은 없겠지만 선진국 경기가 저성장을 지속하면서 개도국들의 성장세 저하가 예상되며 국내경제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대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위기가 닥치면 은행은 돈 거둬들이기 바빴고 기업은 감원에 투자축소로 대응했다. 민생 대신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을 비난하는 일에 지쳐버린, 화난 국민들은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이 고깝기만 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다. 하지만 기업들 스스로가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발굴에 애로점 중 하나는 ‘불명확한 정책방향’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암초를 맞은 정부는 투자가 우선이라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만 오히려 기업들은 투자를 우선순위에서 미루고 있다. 세계경제불안에 대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기업들도 쉽게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기업들은 유가하락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경제성에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정부 탓만 하기는 힘들다. 성장동력을 찾는 데 절대 필요한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지금 ‘둔화 중’이다. 지난 3∼4년간 매년 6∼8%의 증가세를 보였던 설비투자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에 그쳤다. 결국, 위기는 곧 기회다. 단기의 불안감 대신 미래를 보는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도요타는 세계적 불황기였던 2001~2002년 북미지역에 과감한 생산시설 투자를 하면서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고 삼성은 IMF 구제금융을 받던 어려운 시기에 공격적 경영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뒤 눈에 띄게 견실해진 우리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우리 대기업들의 자금 보유 및 동원력은 해외 경쟁 기업들에 비해 많이 나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쌓아둔 돈을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투입하며 일자리를 늘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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