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어민들의 이야기가 다글거리며 살아있는 항구 감포항. 생명의 바다 경주 감포에서 건져올린 짭조름한 삶의 메시지는 ‘싱싱’하다.경주시의 동단에 위치한 ‘감포(甘浦)’항은 지형이 ‘달감(甘)’자를 닮아 감포로 했다는 설과, 감은사가 있는 포구라고 해서 감은포라고 불리다가 감포로 축약돼 오늘의 감포항이 됐다는 설이 있다. 1925년 1월 16일 개항한 감포항은 2025년 개항 100주년을 맞이한다. 1995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감포항 100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근대사였다. 감포항은 개항 후 1937년 제물포와 함께 읍으로 승격될 만큼 국내 대표 어항이었으나 현재는 어항기능 약화 및 인구감소로 예전의 영화를 아련하게 간직하고 있는 항구다. 감포항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 근현대 어업의 역사이자, 해양문화의 보고(寶庫)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경주의 소중한 해양문화자산이다. 감포항 일대는 일제강점기 번성했던 어항유적과 감포읍 3리 읍내 거리엔(감포제일교회 앞)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적산가옥들이 다수 남아있어 우리나라 근대 생활사를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적산가옥들은 2층 목조가옥으로 낮은 간판을 달고 감포읍민의 생의 터전으로 듬성듬성 남아있다.소중한 유무형 해양역사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감포읍의 면적은 44.899㎢에 이르며 2021년 기준으로 가구수 3148호에 5437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감포항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진 등대가 우뚝 솟아있어 새벽에 들어오는 오징어잡이 배와 멋진 일출이 어울릴 때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삶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 경주의 또 다른 매력적 도시다. 감포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도처에 작은 만을 이루고 해안 경사가 완만한 데다 한류 난류가 교차하는 곳이라 근해와 연안이 모두 천혜의 어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고등어, 전갱이, 삼치, 가자미, 대구, 방어, 상어, 정어리, 미역, 돌김, 전복 등 해산물과 어종 또한 다양했다.일제 때 감포 지역은 경주군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살았던 곳이었다(1931년 말 기준). 당시 경주읍의 인구가 1만7432명인데 비해 양남, 양북면을 합해 3만801명(일본인 958명 포함)이나 살았다. 어민들은 구룡포, 울산 쪽 바다로 나가 조업을 하고 그 지역과 거래할 정도로 감포는 경주읍에서 독립적이면서도 고립된 지역이었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행정중심지가 경주부였기 때문에 어민들은 어물과 건어물 등을 경주시장에 내다 팔면서 생계를 꾸렸다고 한다. 그런 감포 바다는 일본어민들의 만찬장이었다. 대한제국이 유명무실해져 가는 사이 ‘천혜의 어장’을 노리며 일본인 어민들은 1905년경부터 앞다퉈 감포로 왔다. 당시 감포 어민들의 어구·어법이 매우 유치했기 때문에 앞바다에서 잡아 올리는 어획량이라고 해봐야 겨우 밥상에 올리고 더 잡으면 내다 팔 정도였다. 하지만 일본 어민들은 달랐다. 동력선에, 근대 어구로 끌어올리는 그물마다 만선을 이뤘다. 가난했던 감포 어민들은 값싼 품삯을 받고 일본인 선주의 배를 타고 일했다. 풍어가 들자 각종 업자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감포로 왔다. 일본인 자본가의 금고가 넘치고 일본인 선주들의 돈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요릿집이 차려지는 등 감포에 유흥 분위기가 생겼다. 그들은 감포에서 귀족이었고 근대 문물·문화를 들여와 흥청거리면서 즐겼다. 일본인 자본은 감포 길거리를 일본식 건물로 채워갔고 전망 좋은 곳에 대저택을 짓기도 했다.1925년에는 현대 항구 개설의 일환인 감포축항(현 남방파제)이 준공됐다. 일제강점기 송대 끝 자연경관은 여러 성씨의 고총들이 운집한 곳이었다. 조선총독부 우정국에서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감포 송대끝’이라 명명하고 기념우표 및 엽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렇듯, 격동의 근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감포항은 대본, 나정, 오류 해수욕장과 18㎞ 청정해안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사계절 어느 때라도 감포항의 복어 요리와 함께 다양한 어종의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다. 갓 건져 올린 어물들이 감포항에 닿는 새벽 3~4시께부터 이들을 하역하는 감포위판장에선 동해바다의 생명력이 그대로 전해져 화들짝 감포의 새벽을 깨운다.사라지고 있는 골목의 원형이 될 만한 공간도 감포읍에 남아있다. ‘감포깍지길’에선 감포시장과 오래된 일제강점기 적산가옥들, 해국길, 감포 우물 등 볼거리가 많다. 또 제주도에서 감포로 건너온 해녀들이 감포 해녀들과 반백년 더불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경주시는 감포항 10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마련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감포항 친수공간을 관통하는 배수로를 조성하면서 소형 유람선을 운항할 수 있는 ‘미니 운하’가 조성될 예정이다. 또 송대말 무인화 등대 유휴시설을 해양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일명 ‘인싸’들의 성지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고 등대자원을 이용한 동해안 해양관광명소화, 감포권역 명품어촌테마마을 조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읍내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여전한 포구실비집과 선술집, 항구 특유의 질펀한 다방들 속에서 트렌디한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새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감포항에서 열린 ‘2022 경주 바다 풍어제’에선 ‘만선’과 ‘안녕’을 기원하며 하루종일 무악(巫樂)이 쨍쨍거리고 무가(巫歌)가 넘실댔다. 풍어제에서는 당산축원, 부정거리, 12단계 작두타기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민속문화를 선보여 감포읍민과 감포 거리엔 모처럼 활기가 넘치며 들썩거렸다. 3년 만에 재개된 이번 풍어제는 (주)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가 지원해 축제의 풍성함을 더했다.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에서 감포항까지는 15㎞ 거리로 자동차를 이용하면 약 25분이 걸린다. 봉길터널을 벗어나면 곧바로 동해의 짓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경주의 해양문화자원을 오른쪽에 끼고 달릴 수 있어 손에 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각광을 받는다.※ 이 콘텐츠는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합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