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센터 현관에는‘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라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 나는 이 글귀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40년 간을 농업 공직자로 일했고 현재도 도시농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는 ‘농업은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과 품질 좋은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국토환경의 보전에 이바지하는 등 경제적‧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간산업으로서 국민의 경제‧ 사회‧ 문화발전의 기반이 되도록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의 보전기능 및 농촌사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의 보전기능을 농업‧ 농촌의 공익적 기능으로 명시하고 있다.굳이 법령에 비추어보지 않아도 농업‧농촌의 기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 첫 번째는 식량안보 기능이 아닐까 싶다.    식량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탱하는데 필수적이며 식량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은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식량의 무기화 가능성을 감안할 때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량공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의 곡물가가 뛰고 점점 식량이 무기화 되고 있는 것도 이를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이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하던 시대는 옛날 이야기가 되고, 취업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는 것만큼 어려운 이때에 도시의 청장년들이 속속 농촌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 중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되면서 대도시에서 전전하던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끊겨 어쩔 수 없이 귀농은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는 대신 일찌감치 농수축산업을 평생을 몸 바칠 전문 직업으로 생각하고 과감하게 도전한 엘리트들도 많다.    그 결과 그들 대다수가 퇴직이 없는 평생직장에서 도시의 평균적인 삶보다 훨씬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현재 경북 지역에는 억대 부농이 1만 가구를 넘었다고 한다. “할 일 없으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하던 일을 접고 농촌으로 가는 시대”가 되어‘억’소리의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들이 농부를 유망 직업으로, 농업을 유망 산업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몇 년 전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농업은 가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 중 하나이며, 향후 20년간 선망의 직업은 농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며, “다음 생애에는 금융인보다 농부의 삶을 살고 싶다.”라고 했다.    세계 각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농업이 미래 성장 동력임을 예측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며 농업에 뛰어들었다.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 과학기술을 농업에 접목시켜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농업을 생산 중심에서 제조‧가공, 유통 서비스를 융‧복합화 하는 6차 산업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각종 정책 개발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농업 강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상대적으로 영세한 우리 농업의 대외 경쟁력이 걱정되기도 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농업 생태계의 변화와 농촌의 고령화 등 우리에게 주어진 농업의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AI와 ICT 등 농업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하고 고부가가치의 6차 산업으로 만들어 간다면 우리의 미래 농업은 우려와 걱정을 떨치고 신성장 산업으로 우뚝 설 것이다.    세계가 미래 농업의 성장성에 기대를 걸며 주목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농업과 농촌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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