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정치계절은 혁명기도 아니고 정변기도 아니다. 정상적인 대통령선거로 정권 이양도 평화롭게 이루어졌고 지방선거도 순조롭게 마무리되어 지방정부도 새로운 임기를 정상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권력의 선거에 따른 절차적 변화와는 달리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 내부 권력의 변화 추이는 그에 상응하지 못한 이상신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권력의 이동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보다 먼저 시작된 중앙권력의 이동은 사실상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의 헤드십만 이양되었을 뿐 정권 변화와 순조롭게 연계되지 못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대표였던 이준석 체제가 무너지면서 당의 뒷받침을 받아야 할 집권세력의 진로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삼권분립 체제에서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 권력은 물론 구정권 친화적 경향인 사법부는 여전히 인적 구성이 그대로인 상태다. 행정부마저 일부는 구정권의 알박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이런 여러 요인들 때문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현 여권을 지지했던 다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권력이동은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야당 또한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그것도 과거 여당 소속 경기지사 시절 이전부터 대선 때까지의 형사사건 관련 여러 혐의점이 부각된 이 대표가 당권을 장악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직도 전 정권의 임명자들 상당수가 법적 임기를 빙자해 자리에 버티고 있고 정부 권력 외의 권력 환경도 정권교체 전과 거의 유사하다는 것이다. 국회, 법원, 언론 등 현정권을 둘러싼 중요한 주변 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게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이들 기관과 구성원들은 정부가 마구 권력을 휘둘러서는 안 될 독립성을 존중받아야 하고 특히 국회 내의 야당은 여당을 견제하고 정권 경쟁의 당사자인 만큼 그러한 입장이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이양되는 과정에서 새로 구성된 사법부는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많은 의심을 받을 만큼 비판을 받아온 점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 언론 또한 친문 성향의 불공정 보도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바 적지 않았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국민들의 올바른 여론으로 바로잡아야 할 사안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정치권 내에 아직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이에 대처할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당 또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지리멸렬된 상태가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것이 집권 100일을 넘긴 시점에도 내부 균열로 좌왕우왕하고 있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야당의 경우도 지난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대선에서 낙선한 이재명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했다는 것은 낙선 책임을 외면한 정당이고 이 대표 본인의 사법적 혐의에 대한 방탄 조치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에도 충분하다. 결국 예상대로 이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 문제가 당의 명운을 건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여야 내부 소용돌이는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가 갖는 상식적이고 순리적인 흐름을 벗어난 정변기와 유사한 난조 현상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국민들은 집권세력에 대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고 정부여당의 독주와 독선을 건강하게 견제해야 할 야당에 대해서도 기대를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집권 능력과 수권능력을 의심받기에 충분한 정치혼란 상태라 할 수도 있다. 외견상으로는 대통령도 건재하고 여야 정당들도 간판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연 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지, 아니면 정치적 대변혁의 전조가 될지 앞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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