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공간에서 두 천체와 천체 간에 인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을 바로 `라그랑주 포인트(Lagrangian point)`라 한다.  만일 두 개의 천체(天體)가 동일한 크기에 동일한 질량(質量)을 가지고 있다면, 라그랑주 포인트는 정확히 두 천체의 중간 지점이 되겠지만,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 비해 무려 33만 배나 되는 질량을 가진 태양과 그에 비해 너무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질량을 가진 우리 지구와의 사이, 라그랑주 포인트는 어디일까?  정교한 계산능력을 가진 컴퓨터의 도움을 받은 과학자들이 무려 10조원 짜리 `제임스웹` 망원경을 태양과 지구 사이 라그랑주 포인트에 정확히 안착시킴으로써 우리는 무려 100억 광년 너머 우주의 심연까지 매우 선명한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게는 되었다.  그런데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 바깥쪽 궤도에 태양의 중력을 상쇄시켜 줄만한 질량을 가진 천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지구가 태양 속으로 끌려들어가지 않고 우리가 살 수 있는 행성이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가 무려 시속 11만 킬로미터라는 엄청난 속도로 태양 공전궤도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원심력이 힘의 균형을 이룬다는 말이다.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딱지를 떼일 수 있는 속도가 고작 시속 100 킬로미터인데 비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속도가 아닌가?  그러니까 질량이 작은 천체가 우주에서 살아남으려면, 엄청난 속도로 달려야 하고, 또 거대 질량 천체와의 거리와 위치가 중요한 것인데, 우주의 이러한 힘의 법칙은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공히 적용되는 역학관계라는 얘기다.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라그랑주 포인트는 어디쯤일까?  즉, 어느 쪽으로든 끌려들어가 흡수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외교적 힘의 균형점을 잘 잡아야 할 것이며 또 부단히 달려 원심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따위는 매우 사소한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는 정말 큰 위기는 과연 무엇일까?  유래 없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 재해는 물론 그로인한 식량위기, 금융위기, 전쟁 위협과 함께 세계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대량 실업문제 등 실로 열거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데, 아무리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다 해도 그렇지, 지금 당장 집이 무너지고 있는데 집안에서 우리끼리 멱살 잡기만을 계속할 것인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동서(東西)간 냉전체제가 아이러니하게도 약소국들에겐 라그랑주 포인트에 안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힘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중력장이 변하기 시작했고, 아마도 새로운 혼란을 겪은 후에야 또 다른 힘의 균형점이 형성되지 않을까라는 게 내 추측인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건국 이래 그 어느 때 보다도 위기의식을 가지고 국내외 정세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나 집단에게 우리의 운명이 맡겨진다면 그 결과는 굳이 프로페셔널한 분석을 필요로 할 지 모르겠다.  요즘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유행인 것 같은데, 라그랑주 포인트는 우주공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질량과 질량이 만나 이룬 힘의 균형점 즉, 생존 가능 위치라는 것을 확연히 이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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