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 동남부를 휩쓸고 간지가 불과 며칠 전인데, 다시 태풍 `난마돌`이 무서운 세력으로 북상, 일본을 초토화 시켰으나 우리나라는 가까스로 최악의 화를 면하긴 했다.  주말 시간을 이용하여 모처럼 경주 감포 해안에 들린 후 돌아오는 길에 눈여겨보니, 지나간 태풍의 피해가 추측보다도 훨씬 심각했음을 알게 한다. 곳곳에 침수 피해를 입어 폐허로 변한 주택들,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농원은 물론 거의 성한 하천이 하나 없고, 여기 저기 산사태까지 발생되어 수를 알 수 없는 중장비들이 복구 작업에 투입되어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공업의 중추라고도 할 수 있는 `포스코`가 완전 수몰되어 가동 중단되었다 하고, 언재 다시 정상화될지 기약조차 없을 정도로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고도 하는데, 그 자세한 피해상황과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심도 있게 보도하는 언론이 없다는 것이 거저 의아할 따름이다.  어떤 이는 수 십 년 만의 큰 수해(水害)라고도 했다는데, 내 생각에는 이런 재해가 이제 수 십 년 주기가 아니라 어쩌면 연례행사가 되지는 않을는지 염려가 된다.  왜냐하면, 세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 보고서가 제시한 과학적 근거나 그 외 얻을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이제 태풍은 갈수록 강해 질 수밖에 없고, 또 더욱 빈발할 것이라는 게 단순히 기우(杞憂)만으로 여겨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남태평양에서 강진(强震)이 있었고, 연이어 대만에서도 강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많은 피해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바로 어제 또 태평양 건너 멕시코에서 무려 진도 7.6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이른바 태평양 불의 고리가 깨어나고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지질학자도 아닌 내가 무슨 `바누아투효과` 같은 것을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학적으로 남태평양 바누아투 인근에서 강진이 발생하면 태평양판의 북쪽 일본에 또 큰 지진이 발생한다는 이론이 있는데, 수 년 전에 가볍지 않은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나 포항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 역시 지진에 있어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 까지 감안하여 나날이 높아가는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라는 게 비전문가 시민인 나의 생각이다.  그러니까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이미 발생된 피해 복구에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같은 피해와 복구를 반복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아니 되겠기에, 좀 더 넓은 시야로 앞으로 닥칠 대형 자연재해에 대비한 중장기 계획들을 수립하고 실천, 항상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거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찾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얘기다.  일테면, 폭우만 닥치면 곧 바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수변(水邊) 주거지 등은 중장기적으로 안전지대로 이주시킬 수 있도록 하는 행정지원 정책 등이 필요할 것 같고, 범람의 위험이 큰 하천 등은 사고 후 복구에만 예산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상시 준설과 제방 정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는 길이 아닐는지?  특히 노후된 댐 등에 대한 정밀한 안전진단 등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일일 수가 있는데,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과거의 강수 데이터 등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곤란할 것 같고, 이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집중호우 내지 지금까지 기록된 적이 없는 강진(强震) 등에 대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최소한의 비상대책 등을 수립해가는 것이 바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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