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공부를 하던 어린 시절 가장 분통터졌던 사실의 하나는 임지왜란 직전 우리나라 사신으로 왜국에 갔던 황윤길과 김성일의 귀국보고 였다. 정사였던 황윤길은 왜가 한국을 침략할 것이라 했고 부사인 김성일은 침략이 없을 것이라 한 보고결과가 임진란의 참화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우리국민이면 누구나 기억할 너무나 벼아픈 교훈이었다.  이 경우와는 꼭 일치하지는 않는 사례이지만 이번 윤석열대통령의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 유엔에서의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 등과 관련한 여야와 언론의 갈등은 이를 연상할 만큼 참으로 해괴한 느낌을 준다. 이번에도 당색에 따른 견해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상황은 너무나 국민을 걱정스럽게 한다.  우선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과 관련해서는 의전이 예의에 합당하냐의 문제로 여야간 실랑이가 있는데 이 문제로 당사국 보다 우리끼리 왜 말성을 일으키는지 알 수 없다. 장례식장의 의전은 전적으로 장례주관처인 영국의 관련부서에서 정해주는 데로 하는 것이 조문하는 쪽의 예의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중국의 경우처럼 장례주관처의 절차를 무시하고 조문하는 것이 반드시 예의에 맞다고해야 할까? 더욱이 장례주관처인 영국측에서 우리의 조문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는 데도 굳이 우리측에서 잘못했다고 시비를 키우는 것이 과연 예의에 맞는 일일까.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유엔에서 바이든 미국대통령과의 만남과 관련 대화내용 보다 만남의 시간이 짧다는 등의 말썽과 대화후 윤대통령의 혼잣말 내용을 두고 국익훼손을 우려할 만한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측으로선 미국대통령과 하고싶은 얘기가 많기 때문에 더많은 시간을 할애받고 싶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좋았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화후 윤대통령으로서는 만남내용의 아쉬움이나 자신의 생각을 무심코 혼잣말로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그같은 말이 논리적으로 적절하지 않을 경우도 있을 것이고 혼잣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수준의 내용일 수도 있다. 기자단의 대표로 취재보도한 MBC의 보도 내용도 많은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의 분석판단으로는 방송자막과 다른 견해들을 내놓고 있는 것은 그 내용을 선명하게 특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잣말을 굳이 우리나라 언론이 자의적으로 내용을 특정해서 보도함으써 미국과의 관계를 이상하게 만들어야 할지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풀기자로서 보도한 내용이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알려짐으로써 국익에 불리한 불확실한 뉴스를 우리 언론이 확정적으로 공급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와 함께 MBC가 이 말의 대상인 것처럼 지목한 미국측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양해하는 마당에 야당에서 이문제를 외무장관의 탄핵으로까지 비화시키고 나선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MBC를 비롯한 일부언론의 보도를 사실이라 주장한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을 만큼 과학적이고 객관적 사실확인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과학의 시대이고 과학적으로 입증하지못한다면 실체적 진실이라도 강하게 주장하기는 어렵다. 이 문제는 주장하는 측에 입증책임이 있는 만큼 정치문제로 비화시키기 전에 사실여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외무장관불신임결의에 대한 판단도 객관적 보편적 사실확인이 먼저인 것이다.  MBC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혼잣말이 실수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대한 국익이 걸린 문제를 미국을 비롯한 다른 외국언론이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 대통령의 실수를 굳이 우리언론이 보도해야하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이 것은 임란전 왜사(倭使)의 침략여부에 대한 보고문제에 못잖은 우리언론의 국익관련 언론관의 중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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