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어 번 엄마와 짜장면을 먹는다그때마다 오늘은 한 그릇만 시켜라 당부하지만`쟁반 짜장`을 모르는 엄마한 그릇이 왜 이리 많다니…음식 남기는 게 아까워 과식을 한다식구란 밥 한 그릇을 나눠먹는 사이얽히고설킨 쟁반짜장의 면발 같은 생의 길들젓가락이 부딪칠 때마다지금은 어디서 식은 밥 몇 숟가락으로 떠돌고 있을또 다른 식구들이 아른거린다허기란 그런 것삶이 부러진 나무젓가락처럼 쓸쓸해질 때함께 숟가락을 담그고따뜻한 국물을 떠먹고 싶은 것엄마는 돼지고기를 골라 자꾸 내 앞으로 밀지만배안에서 슬픔처럼 퉁퉁 불어가는 면발들난 오랜만에 과식한 엄마의 입을 닦아 준다 - 조연희`짜장면 한 그릇`      `짜장면 한 그릇` 마음이 짠해 오는 시다, 읽는 이의 마음을 가만히 감싸주는 내공이 깊은 시다, "삶이 부러진 나무젓가락처럼 쓸쓸해질 때" 따뜻한 국물을 떠먹고 싶은 것처럼 읽고 싶은 시다.  시란 무엇인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채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시란 과연 무엇인가? 공감과 진실이 담긴 한 줄의 시를 통해 현실의 쓸쓸한 삶을 위로해주는 시는 아름답다.  시인의 눈은 예리하다. 깊다. 시인은 아주 사소한 것들 속에서 삶의 슬픔을 찾아내어 인생을 통찰 해 낸다.  생의 비유들이 구구절절 애틋하다 "식구란 밥 한 그릇을 나눠 먹는 사이", "짜장의 면발 같은 생의 길들", "배안에서 슬픔처럼 퉁퉁 불어 가는 면발들", "난 오랜만에 과식한 엄마의 입을 닦아 준다" 등 등, 상처 입은 우리들의 허름한 일상을 벗겨내어 감동의 속살로 형상화 시켜 놓고 있다.  영혼의 깊이와 시인의 치밀한 내면이 느껴지는 짜장면 한 그릇이다.  우리들의 삶은 살아 있을 때는 먹고 마시고 놀고… 욕망과 허기는 끝이 없지만, 죽어서는 썩어서 악취를 풍기며 결국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이다.  살아 있을 때 따뜻한 정을 베풀며 `짜장면 한 그릇`, `우동 한 그릇`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고, 가난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이웃을 생각하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삶을 어떻게 경영 할 것인가를 생각케 해주는 `짜장면 한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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