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은 대대로 내려온 근본이 되는 교훈이다. 어렸을 때 조상께서 많이 들려주시던 말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은 고대에서부터 작물을 가꾸어 생계를 유지하는 농사를 지어 왔고 농경문화는 수천 년을 이어 와서 지금에 이르렀다.  국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했던 전형적인 농업 국가였던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업 발달로 인해 농자는 천하지 대본이라는 말이 많이 무색해지고 있다. 국가 간 무역과 산업 발달로 현재의 농촌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농촌에는 빈집이 늘어나고 공동화(空洞化)되어 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언제부터 인가 농촌이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고령화가 되어가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올해처럼 잦은 풍수해로 농사를 망친 농가가 많지만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은 세상이 되고 말았다.  급격한 산업화 현상으로 시골 5일 장날도 개점휴업상태다. 이제는 농산물을 가득 실어 나르는 경운기 엔진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동화책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도 결국은 농자는 천하지 대본이 아닌가. 우리 선조들은 평생을 농사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해 보시지 않고 살았다. 지금의 농촌의 공동화 현상은 6~7십년대부터 몰아친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나 소는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야 한다는 한 때의 유행어가 현실화된지 오래다. 농자는 천하지 대본이라는 교훈을 무색 케 하는 서울 바람이 일어났던 때에 젊은이들이 대부분 농촌을 떠나 폐허가 된 농촌 빈집들은 흉물로 남아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2일 경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주시민 체육대회에 이상한 대형 깃발이 운동장을 수놓아 농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농자는 천하지 대본이란 깃발은 찾아볼 수 없고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 선출직과 시청 국장급 간부들의 이름이 적힌 깃발들로 가득 메워 졌다. 깃발에는 이름과 이름 아래에는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적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시민들은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시민들은 "시민화합의 대축제에 특정 정치인과 공무원, 단체장에게 아첨하는 홍보물은 체육 사상 처음 봤다며 시큰둥 한 반응이다.  이 같은 해프닝은 집행부인 경주시와 전혀 상의하지 않는 돌출 행동인 것 같다.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기에 저지할 수 없었다는 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선수단 입장에 앞서 미리 막아야 했다. 사소한 일 같지만 한 단체의 실수로 열심히 일하는 시장과 공직자를 욕보이게 한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코로나19 와 태풍 힌남노 극복에 온 힘을 기울인 관계 공무원과 정치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퍼포먼스가 그런 방법밖에 없었던가. 칭찬 의외는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해도 부적절했다. 경주시민들도 불쾌감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시민대화합 차원에서 용서하고 내일을 위해 다시 뛰었으면 한다.  이날 도의원과 시의원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민들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행사 도중 연찬회 참석을 위해 줄행랑을 놓아 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농민들의 대형 깃발을 들고 `사랑합니다`라고 환영했는데도 매정하게 떠난 `농자는 천하지 대본`을 모르는 의원들은 어느 나라 지방의원인지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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