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 7월 여야 합의로 구성된 특위는 국민·공무원·군인·사학 등 4대 공적 연금 개혁과 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금 문제의 심각성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2018년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35년 후인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적립금이 바닥나면 한 해 거둬, 한 해 나눠주는 `천수답` 연금이 불가피하다. 현재 9%인 보험료의 세 배 이상을 부담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낙관적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공적 연금을 도입한 다른 여러 나라도 적립금 고갈 위기를 겪었지만, 우리나라의 여건은 훨씬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출산·초고령화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돼 민족 소멸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해에 태어나는 신생아는 베이비 붐 시대의 3분의 1에 불과한데 공적으로 부양해야 할 사람은 폭증하고 있으니 이들의 경제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게 뻔하다. 연금 재정이 파탄에 이르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면서 정부 기능까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이번만큼은 꼭 지속 가능한 개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문제는 정치권이 연금 개혁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금 개혁은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것이다. 더 내고, 더 받는 식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실성이 없는 얘기이다. 당연히 국민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시절인 2004년 집권 자민당이 연금 개혁을 추진하다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큰 선거를 앞두고는 정치권이 연금 문제를 아예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 등도 연금 개혁으로 쓰디쓴 정치적 실패를 맛봤다.    새로 출범한 국회 연금특위는 당분간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1988년 출범 당시 3%였던 국민연금 보험료는 1998년 1차 개혁으로 9%로 올랐고, 소득대체율은 70%에서 점차 낮아져 올해 기준으로는 43%이다. 하지만 정부의 연금 재정 추계, 그리고 출산율·고령화·경제성장률 등의 외부 환경 등을 고려하면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문제가 갈수록 커지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지난 24년간 이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무원·군인·사학 연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개혁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자칫 손을 댈 수 없을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적은 보험료로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요술 방망이를 가졌을 리도 없다. 우리 사회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개혁을 미루는 것은 현세대를 위해 미래 세대를 위험에 빠뜨려도 좋다는 미필적 고의이며 도덕적 해이이다. 특위의 운영 기한은 내년 4월까지로, 합의되지 않으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내후년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도 `폭탄 돌리기`하듯 갑론을박이 이어지면 결국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정쟁에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국민들의 노후와 관련한 민생 현안이 뒤로 밀리고 결국 후세에 큰 빚을 남기는 일이 없도록 기한 내에 반드시 대타협을 이뤄내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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